“대출 금리 올리고, 예금 금리 내리고” 금융당국 압박 속 인터넷은행 예대금리차 확대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향 조정하는 케이뱅크·카카오뱅크
가계부채 관리 주문하고 나선 금융당국, 인터넷은행도 '견제'
상반기 견조한 실적 기록한 인터넷은행, 예대금리차 딛고 호실적 이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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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줄줄이 인상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주문에 따라 주요 인터넷은행사의 주담대 중심 ‘저금리 경쟁’ 역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드는 양상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며 예금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한 가운데, 관련 업계는 예대금리차 확대가 인터넷은행사의 실적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벌어지는 인터넷은행 예대금리차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날 주담대 가산금리를 0.2%p, 전월세대출 금리를 0.1%p 올려 잡았다. 지난달 26일 주담대 금리를 0.1%p 상향 조정한 지 약 3주 만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3.383%~5.648%에서 이날 3.584%~5.849%로, 변동현 주담대 금리는 연 3.987~6.764%에서 연 4.185~6.962%로 상승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에만 세 차례(7월 9일, 23일, 30일)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했으며, 지난 13일에도 변동·주기형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를 각각 0.1%p 높였다.

반면 예금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발맞춰 하락하는 추세다. 14일 카카오뱅크는 예금 금리를 만기별로 0.1%~0.2%p 인하했다. 만기 12개월 이상~24개월 미만 정기예금 금리는 연 3.30%에서 3.10%로 내렸다. 전날 케이뱅크도 정기예금 금리를 연 2.70~3.30%에서 2.60~3.20%로 하향 조정했다. 예대금리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인터넷은행의 예대금리차가 한층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을 고려해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있다”며 “반면 수신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따라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이 이어지는 이상 예대금리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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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인터넷은행 때리기’

실제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경계하며 은행권 전반에 적극적인 부채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와 인터넷은행 재무 담당 임원을 만나 비공개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를 개최, 주담대 확대를 자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줄줄이 대출 금리를 인상하며 가계대출 관리에 착수했다.

이후 비교적 대출 금리가 낮은 인터넷은행으로 주담대 수요가 쏠리자, 금융당국은 본격적인 인터넷은행 견제에 나섰다.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대환 장사’가 금융당국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지난 6월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에서 정우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인터넷은행이 기존의 제도권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못 받던 ‘씬파일러(금융거래이력부족자)’들을 새로운 신용평가 기법을 통해서 허용해 주기를 기대했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기존에 있던 중금리 대출 시장을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이) 서로 뺏고 뺏기는 양상으로 흘러가 아쉽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또 “인터넷은행이 우리나라 현재 은행 시장에서 가장 손쉽게 자산을 성장시키고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은 주담대를 대환으로 끌어오는 것”이라며 “다른 은행들이 다 심사를 해 놓고 이자 잘 내고 있는 대출을 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빼 오는 것인데, 이런 영업은 저희들이 생각했던 혁신과 포용하고는 먼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 역시 “(인터넷은행의) 수익성이 올라가는 것은 좋은 측면이 있다”면서도 “(인터넷은행이) 주담대라는 영역에서의 수익을 계속 내는데, 그것이 (인터넷은행 설립의) 원래의 취지와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의문점이 좀 든다”고 언급했다.

인터넷은행사 실적의 향방은

금융당국의 압박 속 인터넷은행의 치열했던 주담대 금리 경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인터넷은행사의 실적 성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주요 인터넷은행사는 금융당국의 견제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올린 바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분기에 시장 기대를 훌쩍 웃도는 1,2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은 2,314억원에 달한다. 다만 2분기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말(2.36%), 1분기 말(2.18%)보다 하락한 2.17%에 그쳤다. 이는 카카오뱅크의 올해 연간 순이자마진 목표(2.2%)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케이뱅크는 올해 2분기 기준 2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250억원)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854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22년에 기록한 연간 최대 당기순이익(836억원)을 넘어서는 탄탄한 수치다. 케이뱅크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2,642억원까지 치솟으며 전년 동기(2,097억원) 대비 26% 급성장했다. 견조한 고객 수 및 여·수신 성장세가 이자이익 확대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를 주문하고 있는 만큼, 인터넷은행도 더 이상 연초처럼 금리를 낮춰 대출 수요를 끌어모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여신 성장 기회가 줄어든 셈”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대출금리 상승으로 예대금리차가 벌어진 만큼, 이자이익 성장을 기대해 볼 여지는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적으로 예대금리차가 커지면 은행은 소위 ‘이자 장사’로 수익성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으나, 금융 소비자들이 받는 혜택은 줄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