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 인수전’ 깜짝 등판한 메리츠화재, 네 번째 공개 매각 새 국면 맞나?

MG손보, 재무 건전성 이슈에 제3차 매각 무산
예비입찰에는 없었던 메리츠화재 본입찰 참여
PEF 데일리파트너스·JC플라워와 삼파전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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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차례 공개 매각이 무산됐던 MG손해보험의 4차 매각 입찰에 메리츠화재가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MG손보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앞서 진행된 예비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았던 메리츠화재가 깜짝 등판하며 매각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각종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인수전에 참전하는 메리츠화재의 의중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보 ‘최소 비용 원칙’ 희망 지원 금액이 관건

14일 예금보험공사(예보)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는 MG손보 재입찰에 참여한 메리츠화재 등 인수 후보에 대해 최종 인수 제안서와 첨부 서류 등을 심사한 뒤 조만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번 재입찰에는 메리츠화재와 함께 국내 사모펀드(PEF) 데일리파트너스, 미국계 PEF JC플라워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입찰은 세 번째 공개 매각의 연장선상으로 예비입찰 없이 바로 본입찰 단계로 진행된다. 

삼정KPMG는 인수자 선정에서 입찰 금액, 계약이행 능력, 자금조달 능력, 인수 방식과 범위, 인수 뒤 경영 능력 등을 평가하는데, 특히 희망 지원 금액을 최우선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예보는 3차 공개 매각을 추진하면서 이전과 달리 공적자금의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고 지원 한도 역시 사전에 정했다.

인수 후보 3곳은 입찰에 참여하면서 희망 지원 금액을 적어냈는데 만약 희망액이 지원 한도를 초과한다면 바로 인수자 선정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반면 인수 후보 모두 희망액을 한도 내에서 써냈다면 가장 적은 액수를 제시한 후보가 전체 평가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부실 금융기관 정리 차원에서 이뤄지는 매각인 만큼 예보가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는 ‘최소 비용 원칙’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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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화재, MG손보 인수로 외형 확장 가능

현재 자금력만 놓고 보면 메리츠금융지주를 모회사로 둔 메리츠화재가 단연코 유리하다. 하지만 이번 재입찰의 경우 세 회사의 정보력에 차이가 있다. 메리츠화재는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와 달리 실사를 진행하지 않아 MG손보의 내부 사정에 상대적으로 어두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메리츠화재가 공격적으로 가격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메리츠금융지주는 기본적으로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인 데다 인수합병에 나서더라도 가격과 수익성 등을 중요하게 따지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권에서 메리츠화재의 인수 의중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메리츠화재의 등장이 불쏘시개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시선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연 확장 시도로 보기에는 MG손보의 시장점유율이 매우 낮아 인수해도 당장 실익이 없고, 투입 자금도 막대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구축이 목적이라면 생명보험사가 더 적합하다”며 “향후 전략 구상 중 하나로 열어두고 시장 탐색에 나섰거나 유찰을 막기 위한 제안이 들어왔을 수도 있어 실제 인수가 목적이 아닐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각에선 MG손보 인수로 메리츠화재가 얻을 수 있는 외형 성장의 이익에 주목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순이익 기준으로 업계 2~3위권을 다투고 있지만 자산 규모 기준으로는 5위권인 KB손해보험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메리츠화재(39억원)와 MG손보(4조원)의 자산을 더하면 총 43조원으로 4위인 현대해상과 비슷해질뿐만 아니라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규모도 확대된다. 지난해 말 메리츠화재와 MG손보의 CSM을 더하면 11조4,000억원대로 급증하는 만큼, 2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DB손해보험(12조4,440억원)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이번 매각이 P&A(자산부채이전)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메리츠화재가 가져갈 리스크가 예상보다 적을 수도 있다. 원매자가 우량 자산과 부채를 선별해 인수하는 방식을 통해 메리츠화재는 MG손보의 부실 자산과 부채를 떠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 예금보험공사가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금을 투입하는 점도 장점이다. 업계에서는 총 3,000억~4,000억원의 자금이 제공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만큼 인수 자금 부담이 줄어들고 외연 확장도 가능해진다.

매각가 외에 경영 정상화에 1조원 소요 전망

다만 이번 매각 절차가 끝까지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MG손보의 고질적인 건전성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MG손보의 지금여력비율(K-ICS, 킥스)은 올해 1분기 기준 52.1%으로 업계 최하위 수준으로, 금융당국의 권고치(150%)에도 한참 못 미친다. 현재 보험사 매물의 매각가 평균보다 낮은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인수하더라도 이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쏟아부어야 하는 비용이 1조원가량으로 인수자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앞서 MG손보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지난달 진행된 3차 매각에서는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가 본입찰에 응하지 않으면서 공개 매각이 불발됐다. 당시에도 MG손보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부담감이 매각 불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팽배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3차 매각이 무산됐을 때 예보가 청산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연이은 매각 실패로 기업 가치가 하락하면서 매각도, 청산도 모두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자 결국 예보는 네 번째 공개 매각을 진행하게 됐다.

이번 매각조차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국가계약법상 두 차례 유찰 이후에는 수의계약이 가능한데 이 경우 자금력이 풍부한 메리츠화재와의 계약이 가능해져 수의계약에 대한 우려는 한풀 꺾인 상태다. 매각 중단 리스크도 여전한 변수다. MG손보의 최대주주인 JC파트너스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부실 금융기관 지정 처분에 대한 취소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데, 오는 9월 항소심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매각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