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회장 부정대출 등 내부통제 부실 재차 노출한 우리금융, 지배구조 개선 역량에 의문 확산

잇단 횡령 사고에 전 회장 부정대출까지, 우리금융 신뢰도 '수직 낙하'
지분상 완전 민영화 이뤘지만, "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서 부실함 노출한 셈"
소비자 신뢰도 하락 현실화, 지난해 상반기엔 예수금 12조원 빠져나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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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임종룡 현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을 둘러싼 부정대출 논란이 확산하면서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임종룡 현 회장이 직접 내부통제 강화를 역설한 가운데 재차 유사한 이슈가 발생한 만큼 우리금융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하락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면서다. 이에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 작업이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민영화가 본격화한 이후로도 지배구조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이 부정대출 사건으로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전 회장 부정대출 ‘파장’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벌어진 손 전 회장 친인척의 부정대출 파장은 임 현 회장에 대한 책임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우리금융 측의 사후약방문식 대응에 비판이 거세진 영향이다. 우리금융의 ‘제 식구 감싸기’에 대한 힐난도 터져 나왔다. 앞서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의 현장검사에서 손 전 회장의 이름이 거론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 측이 “(해당 사건은) 전 회장 때 벌어진 것으로 현재 경영진과는 무관하다”며 선 긋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서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 일각에선 해당 사건으로 임 회장이 실제 책임을 물을 수 있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금융에서 일선 지점 직원부터 회장에 이르기까지 보기 드문 대형 금융사고가 잇달아 터지고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의 발생 시기와 인지 시점에 대한 명확한 조사가 벌어질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일 올해 초부터 이 사안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임 회장과 현직 사외이사들도 책임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우리금융이 25년에 걸쳐 시행해 온 완전 민영화도 인정받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배구조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이 이번 사건으로 하여금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10월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주식양수도 관련 기본협약을 맺으며 민영화 작업 마무리 수순을 밟았다. 이 계약으로 우리금융은 올해 말까지 예보와 구체적 내용을 담은 별도의 주식양수도계약을 맺고 우리금융지주 잔여 지분 약 936만 주(1.2%)를 넘겨받는다. 우리금융이 예보의 잔여 지분을 모두 품으면 국민연금공단을 제외한 정부나 공공기관 지분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지분 측면에서 완전한 민영화를 이루게 된 셈이다.

다만 진정한 민영화를 인정받기 위해선 CEO 선임 등에서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그간 국내에서 민영화한 기업들을 보면 정부나 공공기관 지분 매각 이후 외풍에 따라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일이 잦았다. 대표적으로 KT의 경우 2002년 민영화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 인선 과정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국민은행은 2003년 민영화 이후로도 10년 넘게 회장 인선 과정에서 외풍에 시달렸다. 허술한 지배구조 아래 ‘이름만 민영화’를 이룬 사례를 시장이 거듭 목도해 왔단 뜻이다. 지배구조 개선 및 구조적 안정성에 대한 시장 내 중요도가 높아진 이유다.

또 내부통제 부실, 악재 커진 우리금융

임 회장도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지난해 3월 취임사에서 임 회장이 “인사 평가, 내부통제, 사무처리 과정, 경영승계 절차 등 조직에 부족한 점이 있거나 잘못된 관행이 있는 분야는 과감한 혁신을 지속하겠다”며 “이를 통해 고객, 주주, 시장뿐 아니라 임직원들에게도 깊은 신뢰를 받는 금융그룹을 만들겠다”고 언급한 것도 지배구조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겠단 의지를 표출한 것이었다.

문제는 잇단 횡령 사건으로 우리금융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이 거듭 노출됐다는 점이다. 지난 2022년 우리은행 내부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금감원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총 8년간 8회에 걸쳐 697억3,000만원가량을 횡령했다.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1월까지는 대외기관에 파견을 간다며 허위로 구두 보고를 한 뒤 무단결근을 하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시 우리은행은 해당 직원의 비위 행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통장·직인 관리자가 분리되지 않은 데다 결재 전 사전 확인이나 사후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무단결근 건에 대해선 파견을 나간다는 직원의 말만 믿고 파견 기관에 별다른 확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결국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최소 8년 동안 작동하지 않았음이 드러난 셈이다.

이에 우리은행 측은 윤리의식 내재화를 강조했다. 임 회장이 직접 나서 내부통제 강화를 역설하기도 했다.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를 통해 하반기를 대반등의 기회로 만들어달라는 주문이었지만, 이번 손 전 회장 친인척 부정대출 사건으로 또다시 내부통제 먹통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더 큰 신뢰 추락의 악재를 맞게 됐다. 우리금융의 지배구조 개선 역량에 의문점만 더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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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신뢰도 하락 가속할 가능성 있어”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선 반복되는 내부통제 미비 사태로 우리금융의 소비자 신뢰도가 수직 낙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 사고가 발생한 뒤 대책을 발표하고 시정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사고가 터지는 패턴이 반복된 탓이다. 시장 일각에선 내부통제를 뒷전으로 미루고 인수합병(M&A) 등 외형 확장에만 집중하는 우리금융의 안이한 사고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리금융의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신뢰도 하락에 따른 경쟁력 약화 현상이 이미 가시적으로 나타난 바도 있다. 당초 지난 2013년까지만 해도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업계에서 KB국민은행의 뒤를 이은 ‘빅2’ 은행이었다. 당시 우리은행의 대출금 잔액 비중(24.1%)은 신한은행(22.9%)이나 하나은행(16.3%)보다도 큰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은행은 만년 4위였던 하나은행에 역전당하면서 4등 은행으로 고착화됐다. 대출금 잔액 비중은 23.2%대로 하락했고, 예수금의 경우 2022년 말 286조3,100억원(23.9%)에서 지난해 상반기 274조2,800억원(23.0%)으로 12조원 급감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새마을금고가 위기설로 한 달 사이 17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뱅크런(대규모 자금이탈) 사태’를 겪었는데, 탄탄하다는 인식이 강한 시중은행에서 12조원이나 빠져나간 건 해당 은행의 평판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내부통제 강화 및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시장을 중심으로 쏟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