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버팀목대출 금리 최대 0.4%p 오른다, ‘정책대출 조이기’ 본격화

디딤돌대출 금리 ‘2.15~3.55%→2.35~3.95%’ 인상
정책 금융 비중 60%, 가계대출 증가세 차단 목적
정부·여당 금리 인하 압박받는 한은, 8월 인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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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자 대상 저금리 정책금융상품인 디딤돌대출의 금리가 이달 최대 0.4%포인트 오른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뛰자 정부가 ‘대출 조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디딤돌·버팀목대출, 0.2~0.4%P↑

11일 국토교통부는 오는 16일부터 디딤돌대출과 버팀목대출의 금리를 0.2~0.4%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디딤돌대출은 연소득 8,5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할 때 최대 4억원까지 빌려주는 상품으로, 현행 연 2.15~3.55%에서 연 2.35~3.95%로 금리가 조정된다. 정부는 서민 주거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소득 구간에 따라 이자율이 차등 인상되도록 설계했다. 예컨대 연소득 2,000만원 이하 구간의 일반 디딤돌대출 금리(만기 30년 기준)는 연 2.7%에서 연 2.9%로 0.2%포인트 오르지만, 8,500만원 이하 구간은 3.55%에서 3.95%로 0.4%포인트 상승한다.

무주택자 대상 전세대출 상품인 버팀목대출의 금리도 연 1.5~2.9%에서 연 1.7~3.3%로 오른다. 소득 구간이 높을수록 금리 인상폭이 커지는 구조다. 최저 연 1%대 수준인 신생아 특례대출의 금리는 그대로 유지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택도시기금대출 공급액 28조8,000억원 중 신생아 특례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4%(4조원) 수준인 데다 신생아 특례대출의 약 절반이 대환 목적인 만큼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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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새 2.5조원↑, 가계대출 폭증세

정부의 이번 금리인상 방안은 최근 이자 비용이 낮은 정책 대출에 수요가 몰리며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을 이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조치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기금 대출금리와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간 과도한 차이가 최근 주택정책금융 증가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8일 기준 718조2,67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715조7,383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일주일 사이에 2조5,290억원 늘어난 규모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증가폭은 23조3,289억원으로 파악됐다. 지난 4월 4조4,346억원이 늘었고, 5월 5조2,278억원, 6월 5조3,415억원에 이어 지난달 7조1,660억원으로 증가해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전월 증가폭은 지난 2021년 4월(9조2,266억원)이 늘어난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이같은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지난 8일 기준 561조3,905억원으로, 지난달 말 559조7,501억원에서 이달 들어서만 1조6,404억원 더 불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디딤돌대출 등 저금리 정책금융상품은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디딤돌대출의 올해 상반기 집행 실적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두 배 늘어난 15조원에 달하며 신생아특례대출은 올 상반기 6조원이나 풀렸다. 여기에 두 달 연속 감소세였던 신용대출도 최근 급증 전환했다. 신용대출 잔액은 8일 기준 103조4,326억원으로 지난달 말 102조6,068억원에서 이달 들어 8,258억원 가파르게 증가했다.

한국은행 금리 인하 기대 상승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정책자금 대출금리 인상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명분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수부진과 물가 안정 흐름 속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저울질 중인 가운데 가계대출 급증세 완화에 따라 조기 인하로 통화정책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한은은 최근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장기적 내수부진의 원인으로 고금리 장기화가 손꼽히고 있는 만큼 이제 기준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이후 미국 고용보고서를 언급하며 금리인하 시기를 8월과 10월 두 차례 25bp씩 인하해 0.5%p 내리는 구체방안까지 제시했다.

이 같은 발언은 8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KDI는 이날 ‘2024년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을 2.6%에서 2.5%로 낮췄다. 경제전망을 수정하면서 KDI는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이를 상쇄할 정도로 내수부진의 영향이 커지며 경기 전반이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민간 부채가 대규모로 누적된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가계 소비 여력과 기업 투자 여력이 제약되면서 내수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앙은행의 판단인 금리정책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이 언급한 것도 이례적인데, 여기에 성장 부진의 원인을 ‘고금리’로 꼭 짚어 지목한 것이다. 정 실장은 한발 더 나아가 “5월 전망 때 이미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는데 그 시점은 이미 지났다”면서 “8월에 금융통화위원회가 있어 그때도 충분히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거시건전성 정책을 우선 도입하면서 금융 안정을 추구하고, 한은은 물가·경기를 감안하면 금리를 지금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선제적으로 시행한 뒤에 한은이 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 폭증과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