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發 나비효과’ 이커머스 지각 변동, ‘C커머스’ 성장세도 변수

컬리·오아시스, 점유율 확대 기대감에 주가 상승
네이버쇼핑·SSG닷컴·G마켓·11번가도 반사이익
쿠팡 요금 인상, C커머스 공세로 시장 재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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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미이지뱅크

큐텐 계열사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 이른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계기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사태 이후 마켓컬리가 티메프의 점유율을 가져갈 것이란 기대감에 컬리의 주가가 급등했고 네이버쇼핑과 신세계그룹 계열의 SSG닷컴·11번가·G마켓도 회원 수를 늘리며 반사이익을 누렸다. 여기에 쿠팡의 요금 인상, 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점유율 확대가 더해지며 시장의 재편 가능성이 대두된다.

티메프 점유율, 마켓컬리·오아시스로 이동 가능성

8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마켓컬리’의 운영사인 컬리의 장외 몸값은 전날 1만2,300원을 기록해 티메프 사태 발생 직후인 지난달 23일 1만2,600원과 비교해 1.5% 올랐다. 지난달 31일에는 1만3,400원까지 주가가 오르며 7월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티메프 사태로 티몬과 위메프의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8%를 컬리가 가져갈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주가가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컬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커머스 업계가 호황을 맞은 지난 2022년 1월 주가가 11만6,000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해 컬리가 기업공개(IPO)를 연기하면서 주가가 1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뒤 최근까지 1만원대 주가를 이어가고 있다. 이후 2022년 앵커에쿼티로부터 2,500억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하면서 한때 기업가치가 4조원에 달했지만, 반복되는 적자와 경기침체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금세 내리막길을 걸었다.

컬리는 최근 수익성 개선과 매출 확대를 계기로 ‘티메프 사태’에 따른 이커머스의 점유율 공백을 확보하고 기업공개(IPO)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올해 1분기 컬리는 2015년 창립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5억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2022년 론칭한 핵심사업인 ‘뷰티컬리’는 누적 거래액 3,000억원을 달성하며 1분기 전사 실적을 견인했다. 최근에는 퀵커머스 서비스 ‘컬리나우’를 론칭해 매출을 더욱 늘린다는 전략이다.

티메프 사태의 충격이 이머커스 시장 재편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면서 오아시스의 주가도 ‘깜짝’ 상승했다. 티메프가 기업회생 신청한 지난달 29일 하루에만 주가가 6% 넘게 올랐다. 이는 지난 5월 10.69%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특히 이번 사태로 이커머스의 재무 건전성이 화두로 떠 오르면서 오아시스의 내실 있는 운영과 안정적인 성장세가 주목받고 있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은 133억원으로 새벽 배송 전문업체로는 유일하게 연간 흑자를 내며 이익잉여금의 규모를 확대했다.

‘탈쿠팡족’ 노리는 경쟁사, 치열한 고객유치 경쟁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춘추전국 시대가 저물게 되면서 자본력을 확보한 이커머스에게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큐텐이 정산 주기를 늘리고 상품권의 할인율을 과도하게 높이는 등 방만한 운영으로 사태를 키우는 동안 기존 이커스들은 오히려 체급을 줄이며 조직 효율화 작업에 나섰다. 일례로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롯데온’과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은 최근 첫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수장을 교체하는 등 강도 높은 경영 쇄신을 추진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가 어수선한 가운데 시장 1위 쿠팡의 멤버십 요금 인상이 시장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쿠팡은 이달 7일부터 멤버십 요금을 월 7,890원으로 58% 인상했다. 쿠팡은 “소비자들이 로켓배송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고객 이탈을 우려하기보다는 요금 인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멤버십 혜택을 강화할 것”이라며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탈쿠팡족’을 잡기 위한 경쟁사들의 멤버십 개편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2등 주자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티메프 사태로 가장 큰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평가받는 네이버쇼핑은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9일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티메프 사태로 많은 이용자와 판매자 여러분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통감한다”며 “신속한 소비자 보호 조치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앞으로도 빠른 정산 등 판매자와 함께 상생하는 방안을 더욱 고민하며 가맹점과의 상생과 이용자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들도 수혜를 입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G마켓의 이용자 수는 520만3,992명으로 전월 대비 4.7% 증가했다. 11번가도 733만965명으로 2.9% 늘었다. 해당 기간 티몬과 위메프의 이용자가 각각 434만6,979명, 399만2,628명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SSG닷컴도 ‘쓱배송 클럽’ 출시 이후 신규 가입 회원의 68%가 타사 멤버십에서 이동해 왔다고 밝혔다. 쓱배송 클럽 출시 효과에 해당 기간 전체 멤버십 신규 가입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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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 이어 알리바바닷컴까지 국내 진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C커머스)의 공략에 따른 시장 재편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결제액은 3,0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증가했다. 1~7월 누적 결제액은 2조2,938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결제액 2조3,227억원과 맞먹는다. 7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합계 이용자 수는 1,601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6%나 급증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국내에서 TV 광고를 시작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인력을 충원하고 있으며 조만간 공유오피스를 떠나 강남구 삼성동 인근에 정식 사무실을 마련할 예정이다. 알리익스프레스에 이어 B2B 플랫폼 알리바바닷컴도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알리바바닷컴은 최근 한국 기업 전용 B2B 웹사이트 ‘한국 파빌리온’을 정식으로 출범하고 5,000여개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 B2B 시장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런 시장 개편 움직임에 일각에서는 쿠팡이나 네이버만 생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커머스들의 재무적 취약성이 드러난 만큼 소비자나 판매자 양측 모두 상위 플레이어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커머스 시장이 독과점 체제가 되면 판매자에 대한 처우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수수료나 비용 인상 외에도 납품을 강요하는 등 갑질 문제가 발생해도 이커머스 플랫폼은 ‘단순 중개업’으로 보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C커머스의 공습을 오히려 반가워하는 시선도 있다. 쿠팡과 네이버에 맞설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이 판매자나 소비자에 더 나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은 국내 판매자를 확보하기 위해 수수료 면제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배송의 전 과정을 계열사가 전담 관리해 판매자 입장에서는 물류에 신경 쓸 일이 없고 부대비용도 들지 않는다. 이렇게 판매자에게 제공하는 혜택과 편의가 판매가격 인하로 소비자 후생에도 기여한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