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탄소중립 보조금 남발, 재정난으로 역효과 날 수도

세계 각국서 기후변화 대응책 내놓고 있지만 기대치엔 못 미쳐
각 정부, 민간 참여율 끌어올리려 보조금 마련에 고심
과한 보조금 지원이 국가 재정 안정성 해칠 우려도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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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세계 각국이 기온 상승과 각종 기후 재난, 환경 파괴를 마주하며 기후변화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이들 정부는 환경친화적 공공 투자, 보조금 지급, 탄소가격제 등을 통해 기후변화를 조금이라도 막으려 애쓰는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같은 정책들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각국 탄소중립 정책 내놓고 있지만 갈 길 멀어

현재 각국이 시행 중인 다양한 기후변화 대응책의 핵심은 ‘탄소중립’이다. ‘넷 제로(Net-Zero)’로도 불리는 이 개념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공장 생산이나 매연 배출 등 인간의 활동을 제한해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고, 대신 여러 방법으로 탄소 흡수량을 늘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점점 더 많은 국가가 이 같은 탄소중립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현재까지 나온 정책들로는 파리기후협정에서 약속한 기온 상승 마지노선 1.5도를 지키기 쉽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은 환경적 문제는 물론, 국제사회의 정치적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탄소 감축 정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기후변화 대응책은 각종 활동을 탄소 배출량이 적은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을 장려하고,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게 하기 위해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포함한다. 다만 이러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소비 활동을 제한해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온다.

논란의 중심엔 탄소가격제가 있다. 정부가 민간 기업들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비례 요금을 물리는 제도다. 이 같은 정책은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술을 새롭게 도입하는 등의 과정에서 민간 부담을 가중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정부가 비용을 함께 부담하거나 보조금을 지원하곤 한다.

“보조금 지급은 장기적 대안 아냐” 지적

탄소가격제는 정부 입장에선 새로운 세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조금 지급 등 공공 지출을 통해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건 장기적인 방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공 부채의 증가는 채무불이행 등 정부의 재정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맥락에서다. 위기가 민간 부문에 대한 탄소 저감 지원책에도 영향을 미칠 경우엔 결과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책마저 위기에 놓일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책에 들어가는 돈은 적지 않다. 추정치는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오는 2030년을 목표로 한 유럽의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연간 투자액은 유럽연합(EU)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6~3.7% 수준이다. 이탈리아와 독일, 프랑스 같은 국가들에선 필요 예산 추정치가 이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국가별로 예산 추정치가 다른 건 교통 인프라나 에너지 자원 등의 차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후변화 대응책을 위한 투자 수요는 많고, 이와 함께 공공 부문이 여기에 얼마나 관여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체 기후변화 대응책 분야에 공공 부문이 투자하는 비중은 전체 분야의 평균 공공 투자 비율인 15% 정도가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책 추진 초창기엔 공공 부문의 역할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기후변화 대응책에 공공 부문이 쏟아붓는 돈의 비율이 전체 예산의 30%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EU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추정치도 20~25%대로 이와 비슷하다. 루소연구소(Rousseau Institute)는 EU 지역에서 기후변화 대응책에 대한 공공 부문의 연간 추가 투자 비율을 1.6%로 평가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경우엔 0.8~1.6%으로 추산됐는데, 이는 전체 부문에 대한 추가 투자 수요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이런 대규모 투자 수요를 감안하면 탄소 절감 정책으로의 전환을 위한 재정 정책은 공공 부채의 지속성 및 증가 가능성을 고려해 진행돼야 한다. 물론 재정 안정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연간 예산 계획을 손보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기후변화 대응책 예산이 줄어드는 경우도 많다. 

IMF “공공 지출에 계속 의존하면 부채 위기 마주할 가능성”

이런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은 계속해서 공공 지출로 기후변화 대응책 예산을 조달할 경우엔 장기적으로 공공 부채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례로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들에 보조금을 늘리는 경우엔 부채가 GDP의 45%포인트까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탄소세를 부과하면서도 공공 부문의 지원을 줄이면 부채 증가율은 10%포인트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가운데 슈테판 디스(Stéphane Dees) 프랑스은행(BDF) 기후경제 본부장 등이 공공 부채의 지속 가능성을 분석한 연구에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경제적 비용을 제한하는 것과 공공 부채 관리 사이 절충안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연구에 따르면 보조금 지급처럼 ‘돈을 써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과하게 의존하면 국가 재정 위기 가능성이 더 커진다. 물론 탄소가격제가 아래 그래프처럼 더 높은 수준의 경제적 비용을 유발하거나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높다. 초록색 그래프는 탄소세만 부과했을 경우, 빨간색 그래프는 정부가 직접 개입했을 경우, 파란색 그래프는 탄소세를 부과하는 가운데 정부가 단순히 보조금만 지원했을 경우를 의미한다. 

기후변화 대응책 지원 방식에 따른 공공 부채(좌)와 가계 소비(우)의 변화 양상 /출처=CEPR
기후변화 대응책 지원 방식에 따른 공공 부채(좌)와 가계 소비(우)의 변화/출처=CEPR

예를 들어 탄소가격제만 도입할 경우 부채 증가율은 낮지만 가계 소비가 급격하게 떨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보조금을 남발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악화하는 건 도미노식 재정난으로 이어질 수 있고, 환경 정책과 관련된 전체적인 거시경제 환경을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 국채 금리부터 민간 자본 비용에까지 영향을 주는 부채 문제의 파급효과는 정부의 부채가 많을 경우 더 커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책 초반기의 부채 상황이 매우 중요하고, 부채가 많은 나라들은 기후변화 대응책이 공공 재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연구는 이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는 타협점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에 가장 적합한 정책은 공공 부문의 투자 비중을 2030~2050년 사이 점진적으로 25%에서 40%까지 늘리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책을 막 도입하는 단계에선 민간 부문의 참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독려하는 것도 필수다. 또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 애를 쓰는 민간 부문에 인센티브를 주려면 탄소가격제를 도입해야 한다. 탄소 배출 비용은 국가별로 다르지만 톤당 400~600달러(55만~82만원) 사이에서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본격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관련 기술 등을 도입하는 비용이 더 올라간다. 민간 부문의 부담 역시 더 무거워지게 된다. 이렇게 기후변화 대응책이 민간의 재정과 복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정부가 투자를 점진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면서도 우선 초반엔 민간 부문에 상당 부분 기대어 공공 부채의 급증을 막고 국채 이자율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정책을 마련할 때 기후변화 대응책이 즉각적인 거시경제 효과를 넘어서는 파급력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함을 시사한다. 공공 재정 안정성을 지키는 가운데 정책 도입 초반기 부채 상황과 감축 비용의 한계를 인식하는 등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앞서 유럽에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보조금 및 대출을 지원하는 새로운 유럽기후투자기구(European Climate Investment Facility) 설립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당위적인 목적 때문에 복잡한 재정 문제를 놓쳐선 안 된다. 재정에 영향이 가면 되레 기후변화 대응 목표가 훼손될 수도 있다.

원문의 저자는 슈테판 디스(Stéphane Dees) 프랑스은행(BDF) 기후경제 본부장과 카테리나 세기니(Caterina Seghini) ESSEC 비즈니스 스쿨 교수입니다. 영어 원문은 The green transition and public finances: Balancing climate mitigation and fiscal sustainabilit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