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시 대출금 100조원 돌파, 연속적인 ‘세수펑크’에 시장 우려 확산

정부 차입 건수 55건, 4년 만에 공자기금에도 손 벌렸다
윤석열 정부 감세 정책 비판↑, "세법 개정으로 세수 부족 심화"
세수 충당 여력 떨어진 정부, 지난해엔 은행권 도움 받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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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7월까지 한국은행으로부터 빌린 일시 대출금이 100조원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인 91조원을 기록한 뒤 한 달 만에 차입금이 10조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올해 초엔 ‘기금 저수지’로 불리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도 4년 만에 돈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세수펑크가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란 방증이다.

세수 부족 심화, 일시 대출금도 4.3% 늘어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 의뢰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까지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한 금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4.3% 증가한 105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정부가 대출한 금액은 91조6,000억원으로,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정부가 13조5,000억원을 더 빌리면서 총 대출금이 10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차입 건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정부는 7월 말까지 한은에 총 55차례 대출을 요청했다.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영업일이 총 145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6일에 한 번꼴로 대출을 요청한 셈이다. 1~7월 누적 기준으로는 작년(54건)보다 1건, 2022년(11건)보다 44건이나 늘었다.

돈을 빌리는 건수가 잦아지면서 일평균 대출 잔액 역시 과거보다 대폭 늘었다. 지난달 말 기준 일시 대출금의 일평균 잔액은 7조5,131억원가량이었는데, 이는 최근 5년(2020~2024년)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7조2,398억원 ▲2021년 3,319억원 ▲2022년 2조9,080억원 ▲2023년 7조1,642억원 정도였다.

유독 세수가 적었던 지난 3월엔 하나의 계정으로 부족해 여러 통장에서 자금을 끌어다 쓰기도 했다. 한은은 ▲통합계정 ▲공공자금관리기금 ▲양곡회계특별기금 등 3개 계정에서 각각 40조원, 8조원, 2조원(총 50조원) 한도로 정부에 돈을 빌려줄 수 있다. 그런데 지난 3월 통합계정의 한도를 다 사용하면서 공자기금 돈을 4차례(8조원) 더 빌렸다. 정부가 공자기금까지 써서 돈을 빌린 것은 2020년 6월 이후 4년 만이다. 공자기금이란 여러 기금에서 차출해 별도로 모아둔 기금을 말한다. 통상 정부는 통합계정 한도까지 다 쓴 뒤에도 돈이 부족할 경우 공자기금에서 돈을 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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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에 세수 감소, 일각선 ‘감세 정책’ 비판론도

올해 일시대출 금액이 커진 건 지난해 경기 둔화 여파로 법인세 등 국세수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국세수입은 168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조원 감소했다. 올해 예상 국세수입 367조3,000억원 대비 진도율 역시 45.9%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시장 일각에선 정부의 감세 정책이 세수 부족에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단 비판이 나온다. 실제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 세법 개정에 따른 감세 규모는 63조2,000억원(누적법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명박 정부(45조8,000억원) 때보다 큰 규모다. 현 정부의 주요 세목별 감세 규모를 보면 법인세가 27조2,000억원으로 가장 컸으며, 그 뒤는 소득세(19조3,000억원), 종합부동산세(7조9,000억원), 증권거래세(7조2,000억원) 순으로 이어졌다.

세법 개정에 따라 기업의 순이익이 늘었음에도 법인세가 오히려 감액됐단 분석도 나왔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기업들의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2020년 46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55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기업이 낸 법인세는 2020년 11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8조100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같은 기간 세금 감면액이 2조7,000억원에서 10조4,000억원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에 대해 “양극화 상황에서 대주주, 고자산 계층을 대상으로 한 감세 정책은 포퓰리즘”이라는 극렬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진다면 오는 2028년까지 감세 효과는 총 8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법 개정안 및 반도체 등 세액공제 추가 확대에 따른 감세 효과를 포함한 수치다. 그만큼 세수 부족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단 의미다.

다만 세수 부족 문제를 윤석열 정부 탓으로만 돌려선 안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애초 불경기가 심화하면 세액 감소 등 정책을 통해 시장 활성화를 돕는 게 정부로서 당연한 역할이란 이유에서다. 경기 회복 등 의도를 무시하고 당장의 세수 부족 문제만을 부각시켜 감세 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기만 하는 건 옳지 않단 것이다.

지난해엔 은행권에 ‘SOS’, 올해는?

문제는 지난해에도 ‘세수펑크’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단 점이다. 그나마 당시 정부가 구멍을 메꿀 수 있었던 건 은행권 덕이 컸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가결산이 마무리되자 정부는 국내 주요 은행들에 8월 법인세 중간예납을 가능한 더 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법인세를 한 번에 내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중간예납은 기업이 두 가지 방식 중에 선택해서 낼 수 있다. 직전 사업연도에 냈던 법인세의 절반가량을 납부하거나 상반기(1~6월) 영업실적 가결산을 토대로 세금을 계산해 납부하는 식이다. 보통 은행은 두 가지 계산 방식 중 금액이 적은 쪽으로 중간예납을 한다. 결과적으로 내는 세금은 같지만 정기 납부 시기인 다음 해 3월까지 은행 내 자본을 더 쌓아둬 운용 수익 등을 낼 수 있어서다. 은행 입장에선 굳이 먼저 세금을 많이 낼 필요가 없는 셈이지만, 은행권은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액수가 더 많은 방식으로 중간예납을 진행했다.

이 같은 사례는 정부가 자율적으로 세수를 충당할 만한 여력이 떨어졌음을 시사한다. 외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임을 정부 스스로 밝힌 셈이다. 세수 부족이 심화하는 양상을 두고 시장의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