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보험 파산에 동양·ABL생명 인수전 새 국면, 우리금융이 유리한 고지 점하나

민영화 시도 실패 반복한 中 안방보험, 결국 파산 절차 본격화
동양·ABL생명-우리금융 인수 탄력 받았지만, 가격 신경전은 여전
우리금융 약점 노출에 우려 확산, "동양·ABL생명 인수 완주 못 할 수도"
anbang insurance FE 20240806

최근 보험사 대규모 정리에 돌입한 중국 당국이 안방보험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이에 안방보험의 대주주인 다자보험그룹이 소유한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안방보험이 파산하면 다자보험그룹도 청산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이 경우 두 생명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보여 온 우리금융지주가 매각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안방보험 파산 절차 돌입

6일 중국 매체에 따르면 최근 중국 금융 부문을 총괄 감독하는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은 홈페이지를 통해 안방보험에 대한 파산 절차 진행을 승인했다는 내용을 공고했다. 안방보험은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국 주석의 외손녀 사위인 우샤오후이(吳小暉) 전 회장이 2004년 세운 민영 금융그룹이다. 한때 총자산 2조 위안(약 382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민영회사로선 이례적으로 중국 금융 분야에서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은 바 있다.

이런 안방보험이 파산을 결정한 건 2020년부터 진행해 온 민영화 시도가 빈번히 실패한 탓이다. 안방보험 파산이 마무리되면 안방보험 구조조정을 위해 세워진 다자보험도 청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아울러 다자보험과 안방보험이 보유 중인 동양·ABL생명 지분도 조속히 매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다자보험은 동양생명 지분 42.01% 및 ABL생명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안방보험은 동양생명 지분 33.33%를 소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융권에선 안방보험 파산이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지분 인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에 보험사 매물이 쌓이면서 원매자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금융이 유일하게 동양·ABL생명 원매자로 나선 상황이라서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달 다자보험과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동양·ABL생명 동시 인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으며, 최근엔 두 생보사 인수를 위한 실사도 진행했다.

다자보험이 보유 자산을 조속히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란 점도 우리금융에 호재다. 새 원매자를 찾는 것보다 MOU를 체결한 우리금융에 두 생보사를 패키지로 매각하는 게 다자보험 입장에서도 더 유리해서다. 이에 대해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중국 측이 동양·ABL생명 매각을 위해 국내외 금융사와 투자자들을 다방면으로 접촉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의 패키지 인수를 타진하는 건 다자보험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ABL Woori tongyang FE 20240806

강력한 인수 의사 내비친 우리금융, 동양생명은 ‘기업가치 제고’ 주력

현재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의지도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생보사 인수를 위해 기존 계획을 철회할 정도다. 당초 우리금융은 롯데손해보험에 강한 애착을 보여 왔다. 인력 구조조정이 이미 이뤄진 데다 수익성이 낮은 자동차보험 부문 등을 대폭 줄이고 신계약서비스마진(CSM)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둔 점 등 매력적인 요소가 많아서다.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통한 실적 개선도 이뤄진 상태였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매출은 3,000억원 이상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생보 업계 우량 매물 중 하나인 동양생명과의 협상 물꼬가 트이면서 우리금융의 마음이 돌아섰다. 우리금융이 등을 돌린 가장 큰 요인은 자산 규모다. 동양생명의 자산 규모는 32조원으로 롯데손보의 14조원과 비교하면 2배를 상회한다. 여기에 ABL생명을 패키지로 품으면 합산 자산은 50조원에 육박한다. 동양·ABL생명 인수를 통해 급속도의 외형 성장이 가능해진단 의미다. 다자그룹이 여러 차례 국내 시장 철수 의지를 피력한 만큼 가격 협상이 비교적 용이할 것으로 예상된단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이 유일하게 원매자로 나선 상황에서 우리금융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렸단 것이다.

이에 동양생명 측은 우리금융과의 M&A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기업가치 높이기에 주력하겠단 입장이다. 기업가치를 키워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우리금융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모습을 노출하지 않겠단 취지다. 사실상 동양생명과 우리금융이 가격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동양생명은 우선 보장성보험 확대 전략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동양생명의 실적을 견인한 게 보장성보험으로 분석되는 만큼 성장 요인을 확대해 미래 성장 동력을 더욱 키우겠다는 게 골자다. 실제 동양생명이 1분기 동안 거둔 보장성보험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는 2,4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급증했다. 특히 건강보험이 같은 기간 60% 확대됐다. 전략의 성과가 이른 시일 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CSM 확대에 성공했단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1분기 신계약 CSM은 2,0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 늘었다. CSM은 보험사의 몸값을 결정하는 데 있어 핵심 지표가 된다. 통상 보험사는 만기가 20~30년에 달하는 장기상품이 많기에 전통적인 기업 가치평가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 때문에 보험사의 가치는 CSM과 자기자본을 합하는 내재가치(EV)로 평가한다. 이에 대해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양생명이 1분기와 같은 CSM 성장을 향후에도 이어간다면, 매각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며 “동양생명의 가치가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4대 금융지주 중 CET1 비율 최하위권, 인수 능력에 의문 제기되기도

다만 이들의 가격 신경전이 장기화하면서 우리금융의 약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낮은 보통주자본비율(CET1)이다.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현재 12%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말과 동일한 수치로, 분기 최대이익을 기록한 바 있음에도 CET1 비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 그만큼 CET1 비율을 올리는 게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가 현실화하면, 인수 가격에 따라 CET1 비율이 또 감소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인수 가격이 1조9,000억원을 넘으면 CET1 비율 하락 부담이 커진다는 게 대체적인 시선이다. 삼성증권은 동양·ABL생명 인수 가격이 1조4,500억원일 경우 CET1 비율 차감이 0.13%p, 1조9,000억원일 경우 0.26%p, 2조3,500억원일 경우 0.45%p, 2조8,000억원일 경우 0.65%p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렇다 보니 시장 일각에선 우리금융이 가격 문제로 동양·ABL생명 인수를 완주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그간 우리금융이 M&A 타진 과정에서 ‘저렴한 가격’을 중요시해 왔단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실제 우리금융이 지난 5월 인수를 타진한 한국포스증권도 소형 증권사였고, 최근 인수 의사를 철회한 롯데손보 역시 가격이 맞지 않아 발을 뺀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동양·ABL생명은 소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하는 우리금융의 눈높이엔 맞지 않을 수 있단 뜻이다.

우리금융도 이런 점을 의식해 동양·ABL생명을 무리해서 인수하진 않겠단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5일 컨퍼런스 콜에서 “현재 동양생명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라며 “오버페이는 없다”고 강조했다. M&A 불발 가능성을 우리금융 측에서 직접 시사한 셈이다.

문제는 CET1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오히려 동양·ABL생명을 인수해야만 한단 점이다. 우리금융이 4대 금융지주 중 CET1 비율이 가장 낮은 이유는 은행을 제외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계열사가 전문해서다. CET1 비율을 높이기 위해선 이익잉여금을 쌓아 자본을 늘리던지 대출 등 위험가중자산을 줄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일정한 수익이 나오고 있는 동양·ABL생명은 상당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의 인수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면서도 인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