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 더이상 못버텨” 임의경매 급증, 11년 만에 최대

고금리에 대출 원금 및 이자 제때 못갚아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1만3,000건 육박
전월比 24%↑·전년比 46%↑11년래 최대치
경매시장도 극과 극, 서울-비수도권 간 양극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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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을 갚지 못해 임의경매로 넘어간 부동산이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아파트 등 집합건물 임의경매는 13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시장이 활황일 때 담보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매입한 ‘영끌족’들이 높아진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임의경매 신청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7월 임의경매 신청 1만3,631건, 전월 대비 24.1% 증가

4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부동산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총 1만,3,631건으로 집계됐다. 전달(1만983건)과 비교하면 24.1%, 지난해 같은 달(9,328건) 대비해서는 46.1% 증가한 것으로, 2013년 7월(1만4,078건)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했을 때 채권자가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것이다. 강제경매와 달리 별도 재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원에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대개 은행 등 금융기관이 채권자일 때 임의경매가 활용된다.

부동산 중에서도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집합건물(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집합상가 등) 임의경매 증가세가 특히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총 5,484건으로 작년 같은 달(3547건) 대비 54.6% 늘었다. 2년 전인 2022년 7월(2,290건)의 2.4배 수준으로 2010년 11월(5,717건)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지난해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은 총 3만9,059건으로 2022년(2만4,101건)보다 62% 늘었고, 올해 1∼7월 신청은 3만3,711건으로 작년 동기(2만1,497건)보다 56.8%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3만9,059건으로 2022년(2만4,101건)에 비해 62% 늘었다.

7월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 지역이 1,639건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부산(759건)과 서울(639건)이 차지했다. 경기 지역 내에서도 특히 빌라 전세사기가 극심했던 수원시 권선구의 신청 건수가 129건으로 가장 많았다. 무리하게 갭투자(임대 끼고 매수)에 나섰다가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거나 전세금 반환에 실패한 임대인의 물건이 경매에 넘어간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에서는 지난달 구로구(195건)에서 집중적으로 임의경매 신청이 이뤄졌고 광진구(41건), 강서구(39건) 등이 뒤를 이었다.

경매 넘어가도 제값 받기 어려워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2년째 임의경매 건수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매에 나와도 제값을 못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5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92.9%를 기록했다. 전달(89.1%)보다 3.8%포인트(p) 상승한 수치로, 2022년 8월(93.7%)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고치지만, 여전히 100%를 밑도는 수준이다. 낙찰가율은 감정평가액 대비 낙찰 가격의 비율로, 100%를 넘으면 감정가보다 낙찰가가 높았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조차도 서울의 일부 지역에서만 오름세를 보였을 뿐, 서울 외곽과 비수도권의 경우 여전히 80% 안팎에 머무는 모습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용산구(103.3%)와 성동구(102.2%)·강남구(101.0%) 등은 100%를 상회하는 낙찰가율을 보였지만 서울 외곽에 있는 △도봉구(81.7%) △관악구(82.2%) △강북구(82.3%) △성북구(83.1%) △노원구(84.4%) △구로구(87.0%) 등은 낙찰가율이 80%대에 그쳤다. 경기도 아파트 경매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7월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51.3%, 낙찰가율은 89.5%를 기록했다.

지방 역시 부산(78.1%), 광주(84.0%), 대구(84.5%), 대전(86.1%) 등은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친다. 석 달간 반짝 상승세를 보이던 대구 아파트 낙찰가율마저 지난 6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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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시장도 지역 양극화

이 같은 낙찰가율 양극화는 인기 지역과 나머지 지역 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 차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감정평가 시점과 입찰 시점 시차는 대개 6개월이다. 만일 부동산 시장이 상승장이라면 경매 감정가격이 입찰일 기준 시세보다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라면 경매 감정가가 실제 부동산 시장 거래 호가보다 싸기 때문에 낙찰가율이 감정가보다 높은 100%를 넘겨도 시세차익을 기대하며 사람들이 줄을 선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낮거나 오히려 떨어지면 낙찰받더라도 시세차익을 기대 못 해 유찰되기 일쑤다.

실제로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더샵 전용 101㎡는 이달 초 진행된 경매에서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인을 찾았다. 감정가는 17억9,200만원인데 이보다 약 7,000만원 비싼 18억6,150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도 12명이나 됐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159㎡는 감정가 42억2,000만원의 110.2%(46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두 물건 모두 현 시세는 낙찰가보다 높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 강남 3구와 마·용·성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며 감정가와 입찰 당일 시세가 꽤 벌어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수요자들 사이에선 감정가보다 어느 정도 금액을 더 얹어도 저렴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가 활발해지며 외곽지역도 낙찰가율이 상승 중이긴 하지만 속도 차이가 워낙 커서 당분간 ‘인기지역 쏠림’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