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인회계사 10명 중 6명만 ‘빅4’ 간다, 새내기 회계사들 역대급 시련

'빅4' 회계법인 채용, 2년 새 40%가량 급감
CPA 1,250명 합격인데 올해 810명만 채용
일감 성장 둔화에 채용 축소, 업계 안팎 '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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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공인회계사(CPA)들이 올해 ‘역대급’ 취업난을 겪을 전망이다. 인수합병(M&A) 등 투자은행(IB) 관련 딜 규모가 확 줄어든 데다 컨설팅 부문이 침체하자 회계법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다. 기존 회계사가 사모펀드(PEF)업계 등으로 빠져나가는 사례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빅4 채용-CPA 합격자 규모 격차, 10년래 최대

2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삼일PwC, 삼정KPMG, EY한영, 딜로이트안진 등 이른바 ‘빅4’ 회계법인은 올해 총 81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PwC삼일은 올해 300명을 뽑는다. 삼정KPMG(280명), EY한영(115명), 딜로이트안진(115명) 등도 채용에 나선다. 각 사는 다음 달 초 공인회계사 2차 시험 합격자 발표를 전후해 최종 채용 규모를 결정한다. 일정 기간 상시근무하는 이른바 ‘파트타임 회계사’를 합친 수치인임에도 새로 회계업계에 진입할 회계사 시험 최소 합격 인원(1,250명)에 비해 440명 적다.

빅4 채용인원과 공인회계사 합격자 수 격차가 400명 이상으로 벌어진 것은 지난 10년 내 올해가 처음이다. 4대 법인의 올해 채용 예상 규모는 지난해 875명에 비해 약 8% 적고, 재작년(1,275명)과 비교해서는 약 37% 급감한 것이다. 일각에서 중견회계법인 채용까지 모두 합쳐도 올해 합격자 수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에는 4대 회계법인 채용 목표 인원이 당해 공인회계사 합격자 수보다 많은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해당 연도 합격자로 채우지 못한 인원은 그 전 합격자로 충원했고, 그 여파로 중소·중견 회계법인은 채용 목표의 절반도 못 채우는 일도 자주 발생했다. 신(新)외부감사법(외부감사법 전부개정안)과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신규 회계사 수요가 급증한 2018년에는 합격자 수보다 빅4의 채용 수요가 300명을 상회하기도 했다.

비감사용역 업무 줄어든 영향

하지만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작년에는 공인회계사 합격자보다 빅4 채용 인원이 225명 적었다. 공인회계사 최소 선발 인원은 꾸준히 늘어난 반면 시장 수요는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회계법인의 감사 일감 물량은 비슷한 데 반해 기업들의 내부회계 관리제도 도입 시기는 5년씩 유예되는 등 비감사용역 업무량이 줄어든 데 따른 결과다.

이는 금융당국이 자산은 수백억원에 불과하지만 대기업과 같은 회계·감사기준을 적용받아 온 중소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 데서 비롯됐다. 지난 2002년 금융위원회는 ‘중소기업 회계부담 합리화 방안’을 통해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회계제도의 적정성을 평가해 기업 부담을 조정하고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 방지 방안을 마련했다. 국내 회계·외부감사 관련 제도가 상장대기업 중심으로 설계돼 규제 부담이 큰 중소기업은 제도를 형식적으로만 준수하는 사례가 많고 규제 집행도 쉽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는 지적에 따른 개선안이다.

실제로 2021년 말 기준 외부감사 대상 기업은 3만3,250개로 상장대기업은 496개(1.5%)에 불과했다. 반면 자산 5,000억원 미만 비상장 중소기업은 3만71개(90.4%)에 달했고 자산 1,000억원 미만 소규모 상장사도 768개(33.6%)에 육박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기업과 감사인 간 의견 교환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외부감사인에 허용·금지되는 행위에 대한 실무 사례집을 배포하고 비조치 의견서 적극 활용을 장려했다.

이를테면 외부 감사인이 회사가 제시한 근거에서 오류가 있거나 논리적이지 않은 부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을 허용하는 반면 감사인이 회사 제시 문서를 직접 수정하는 행위 등은 금지하는 식이다. 그동안 외부감사인이 기업의 재무제표를 대리 작성하거나 회계처리 자문 등에 응하는 행위를 금지해 왔으나, 규제가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돼 기업과 감사인 간 통상적인 의견교환을 저해하는 문제를 초래했다는 지적에서다. 특히 회계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외부 자문과 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재무제표 작성 비용 부담이 컸다.

이에 당국은 회계 전문인력과 재원이 부족해 K-IFRS 해석과 적용에 어려움을 겪은 기업을 위해 한국거래소 내에 중소기업 회계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코스닥협의회,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계법인 등으로부터 실무인력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신청대상 기업에 회계기준 질의회신 작성 지원, 재무제표 작성 컨설팅, 감사계약 애로사항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센터 내에 실무사례를 통합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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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KPMG 본사 전경/사진=삼정KPMG

PEF·증권사 이직 회계사도 줄어

이렇다 보니 아예 법인을 떠나는 회계사도 확 줄었다. 회계 업계 바깥 경기는 더 팍팍하기 때문이다. 수년간 스타트업, 증권사, 사모펀드, 벤처캐피털(VC), 일반 기업 등으로 이직하는 저연차 회계사가 많았지만 최근은 정반의 모습을 띄고 있는 것이다. 다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인증,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지원 등 회계법인들이 주요 신사업으로 보고 있는 분야는 아직 대규모 신규 인력 충원이 필요할 정도로 개화하진 않았다는 평가다.

반면에 새로 회계업계에 진입하는 올해 공인회계사 시험 최종 합격자 수는 역대 최다 수준으로 예정됐다. 일각에선 ‘빅4’ 회계법인에다 중견회계법인 채용을 다 합쳐도 올해 합격자 수를 밑돌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연간 회계사 시험 최소 선발 인원이 지난 4년간에 비해 150명 늘어난 올해는 격차가 ‘역대급‘으로 벌어질 전망”이라며 “실무수습기관을 구하지 못한 이른바 ‘미지정 회계사’가 속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