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중국 법인에 4,300억 투입, 자본잠식 ‘청두점’ 매각 속도 붙나

차입금 상환으로 청두점 매각 본격화
현금 유동성 확보해 외형 확장 '시동'
끝나지 않은 '중국 리스크' 타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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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청두점/사진=롯데쇼핑

롯데쇼핑이 중국 청두 반성강 프로젝트 복합개발사업을 주관하는 해외법인 청두HK(LOTTE PROPERTIES (CHENGDU) HK LIMITED)에 약 4,300억원을 투입했다. 청두HK가 가지고 있는 차입금을 상환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고 향후 매각에 박차를 가하기 위함이다. 롯데쇼핑은 청두HK 매각을 위해 2022년부터 나서고 있지만 이렇다 할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청두HK법인 증자 참여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최근 청두HK의 주식 3억1,320만 여주를 4,354억원에 취득했다. 이번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롯데쇼핑의 청두HK 지분율은 73.46%에서 77.6%로 높아진다. 1990년대 중국에 진출해 백화점과 마트를 늘리며 중국 내 사업 확장을 본격화한 롯데쇼핑은 2009년에는 중국의 청두 반성강 지역에 주거시설과 상업시설 개발 사업을 위해 청두HK를 설립했다.

청두HK는 롯데그룹 다른 복합개발 사업처럼 여러 계열사가 공동으로 출자해 투자금을 조성했다. 롯데쇼핑 73.5%에 이어 호텔롯데가 2대 주주로 16.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롯데역사 5.3%, 롯데자산개발 5.0% 투자로 1억9,700만 달러(약 2,650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됐다. 이후 청두HK는 2012년 청두시와 2만3,000평가량의 부지를 매입하고 주거시설를 건설했다. 2016년 아파트 분양을 완료한 뒤 쇼핑몰과 호텔, 오피스로 이뤄진 상업시설 착공에도 돌입했다.

그러나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로 직격탄을 맞고 2019년부터 중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철수가 추진됐다. 사드 보복 여파로 경영 실적이 악화되자 눈물의 청산을 시작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팬데믹까지 터지면서 상업시설 개발도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롯데쇼핑은 2022년부터 청두HK에 대한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개발사업 주체인 청두HK 및 청두 현지법인 2곳도 매각 대상에 포함시켰다. 청두 HK와 청두 현지법인 2곳에 대한 매각예정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366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1,674억원 규모의 롯데백화점 청두점까지 합하면 청두 사업 관련한 총 매각예정자산은 6,040억원이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상당한 재무 개선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재무구조 개선 및 지급보증 해소 기대

롯데쇼핑은 이번 유상증자로 청두HK의 차입금을 상환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내 매각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또 롯데쇼핑은 청두HK와 청두법인 매각을 통해 롯데쇼핑이 청두HK에 제공한 지급보증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롯데쇼핑은 청두HK가 국내 은행에서 단기차입을 일으킬 수 있도록 지급보증을 서준 바 있다.

아울러 이번 매각을 통해 현금 유동성도 확보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외형 확장 및 수익성 개선을 이루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은 최근 ‘트랜스포메이션 2.0’ 전략에 시동을 건 만큼 외형 확장을 통한 매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매출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내달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있는 ‘타임빌라스 수원’에 이어 오는 2026년 대구 수성구 대흥동에 프리미엄 복합쇼핑몰인 ‘타인빌라스 수성’ 건립 계획도 발표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중국사업을 전면 철수한 가운데 남아있는 청두HK의 매각을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며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청두HK의 차입금 전액을 상환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매각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비용 축소를 통해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손익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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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청두점/사진=롯데쇼핑

‘자본잠식’ 청두점, ‘中 부동산 침체’로 매각 지지부진

다만 2022년부터 추진한 해당 딜이 지지부진한 만큼 언제 매듭지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롯데쇼핑이 중국 사업을 대부분 철수한 가운데 청두 법인과 롯데백화점 청두점만 중국 내에 유일하게 남겨진 상태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매각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2021년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을 비롯해 중국 대형 부동산 업체들의 부도가 이어지면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2년 동안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청두HK의 적자가 누적됨에 따라 자본잠식 상태도 더욱 심화됐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청두HK의 지난해 순손실은 859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순손실 94억원을 냈다. 3월 말 기준 청두HK 자본금도 마이너스(-) 2,972억원으로 지난해 말(-1,810억원)에서 더욱 악화됐다.

이같은 청두HK의 재무구조 악화는 모기업인 롯데쇼핑에까지 악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롯데쇼핑 해외사업 영업이익은 194억원으로 전년 대비 39.6% 감소했는데, 이는 청두점의 구조조정 충당금 50억원도 반영된 금액이다. 여기에 유통업 부진을 타계하기 위한 투자 지속과 이를 위한 차입금이 늘면서 재무 부담도 커진 상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롯데쇼핑의 연결 기준 이자보상배율은 0.9배에 불과했다. 롯데쇼핑은 2019년 이후 줄곧 이자보상배율이 1배를 밑돌고 있는데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하면 본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고스란히 이자비용으로 내도 모자란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