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은 뛰는데, 경기는 ‘미분양’ 7년래 최대 “수도권도 양극화”

'경기', 대구 제치고 전국 미분양 주택 1위
평택‧이천 등 미분양 적체 심화한 영향
‘건설’ 손 놓은 건설사 증가, 하반기 전망도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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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대구를 제치고 전국 미분양 주택 수 1위를 기록했다. 미분양 주택이 1만 가구에 육박하면서다.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5월보다 30% 이상 늘어났다. 서울·수도권 일부는 아파트 청약 때 수백만 인파가 몰릴 만큼 인기지만 그외 지역 아파트 미분양은 7개월 연속 증가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확대되는 만큼 부도 건설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외곽 미분양, 7년 만에 최대치 기록

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1만5,051가구로 5월보다 2.0%(290가구)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에서 서울과 인천은 각각 959가구, 4,136가구로 전월 대비 1.5%, 15.8% 줄었다. 반면 경기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주택이 집중된 지역 1위에 꼽혔다. 같은 기간 경기는 8,876가구에서 9,956가구로 미분양 물량이 12.2%(1,080가구) 늘어났다. 특히 경기 내 평택(3,289가구), 이천(1,405가구), 안성(1,274가구)에 미분양 주택이 몰린 것으로 조사됐다.

평택은 화양지구와 가재지구, 브레인시티일반산업단지 등에서 분양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3,289가구가 미분양 주택으로 남았다. 이어 이천은 안흥지구와 송정동 중심으로 미분양 적체 현상이 나타나면서 1,405가구가 미분양됐다. 안성도 진사지구, 죽산지구, 당왕지구 분양 시장이 경직되면서 1,274가구가 미분양된 상태다. 경기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 말 기준 경기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767가구로, 5월과 비교하면 38.3%(489가구) 증가했다.

경기를 제외한 지방에서는 대구가 미분양 주택이 9,700여 가구로 가장 많았다. 대구는 지난 5월 9,533가구에서 6월 9,738가구로 2.2% 늘면서 전체 지방 미분양 주택의 16%가 집중됐다. 대구 내에선 남구, 달서구에서 각각 약 2,000가구 규모 이상 미분양이 발생했다. 이어 북구, 수성구, 서구, 중구, 동구, 달성군 순으로 미분양 주택이 많았다. 대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역시 1,635가구로 전월보다 8.6%(129가구) 늘어났다.

미분양 주택 증가폭이 큰 곳은 강원, 대전, 경남 순으로 조사됐다. 강원은 5월 3,639가구에서 6월 4,740가구로 30.0%(1,101가구) 늘었다. 원주와 강릉을 중심으로 미분양 적체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전(3,299가구)과 경남(5,217가구)은 각각 30.0%(761가구), 11.1%(523가구)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에서 준공 후 미분양 주택 1위를 기록한 지역은 울산이다. 울산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728가구로 전월보다 253.4% 증가했다. 이어 전남(1627가구)과 제주(1414가구)가 각각 20.2%, 17.6%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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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본사 사옥 전경/사진=대우건설

미분양 증가에 건설사 실적 악화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건설사들의 실적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2분기 매출액이 8조6,2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4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1%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1,461억원으로 31.2% 줄었다.

대우건설은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매출액은 2조8,215억원으로 13.8% 줄었고, 영업이익은 51.9% 감소한 1,048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2,041억원) 대비 52.7% 줄어든 965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E&A도 2분기 영업이익이 2,62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3.8% 감소했다. 매출은 2조6,8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으며 순이익은 2,053억원으로 18.4% 줄었다.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모두 증가했지만, 이는 붕괴 사고 등으로 손실이 발생했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로 분석된다. GS건설 2분기 매출액은 3조2,9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6%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937억원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놔두면 망한다”, 건설사 줄도산 우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침체인 데다 미분양 리스크도 커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하반기 건설 수주액과 투자액도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미래 먹거리인 신규 수주를 포기하는 건설사도 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수주액은 전년 대비 10.4% 줄어든 170조2,000억원으로 전망된다. 2022년 229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난해 17.4% 하락한 189조8,000억원을 보였고, 올해도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도 건수도 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폐업 신고 공고(변경·정정·철회 포함)를 낸 종합건설사는 전국 240곳으로 집계됐다. 13년 전인 2011년 1~5월(268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부도 난 건설업체는 총 14곳(종합 3곳, 전문 11곳)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곳) 대비 3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2019년(25곳) 이후 최대치다.

지방 건설사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토지 매입이나 주택사업 수주가 아예 ‘올스톱’된 곳이 대다수다. 특히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권 내 중견 건설사들에까지 위기가 번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양건설이 대표적 예다. 과거 위상이 탄탄했던 남양건설이 8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지방 건설업계의 위축이 심각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