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략에 힘 싣더니” 롯데칠성음료, 글로벌 자회사 성장세 딛고 상반기 매출 2조원 돌파

글로벌 시장 발판 삼아 외형 성장 이룩한 롯데칠성음료
필리핀펩시 자회사 편입 등 M&A로 현지 영향력 확대
필리핀펩시 품으며 발생한 차입금 부담, 차후 변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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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음료의 상반기 매출이 사상 최초로 2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음료 사업의 영업이익이 급감한 가운데, 글로벌 실적 개선세가 내수 부진을 상쇄하며 성장세를 견인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필리핀펩시의 종속기업 편입 등 롯데칠성의 적극적인 해외 시장 공략 움직임이 외형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내수는 빨간불, 해외 시장은 초록불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9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8% 증가한 602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전체 기준 매출은 2조361억원, 영업이익은 9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 18.1% 늘었다. 롯데칠성의 상반기 매출이 2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2분기 롯데칠성의 국내 음료 사업 부문은 비교적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해당 기간 음료 사업 부문 매출은 5,379억원으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었지만, 영업이익은 354억원으로 26% 미끄러졌다. 에너지 드링크와 스포츠음료를 중심으로 판매량이 증가했음에도 불구, 탄산, 커피, 생수, 주스 등 대부분의 카테고리에서 부진이 이어진 결과다. 원재료비 상승, 생산 능력 확대로 인한 고정 비용 부담 증가 역시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내수 부진으로 인해 발생한 ‘빈틈’을 메운 것은 해외 시장이었다. 롯데칠성의 2분기 글로벌 매출은 전년 대비 393.6% 증가한 3,850억원, 영업이익은 113.3% 상승한 21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필리핀법인(PCPPI)은 매출(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10.6%)과 영업이익(62.2%)이 나란히 급성장하며 글로벌 부문 총매출의 74%를 점유했다. 파키스탄과 미얀마의 2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증가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입증했다.

롯데칠성의 글로벌 시장 공략

업계에서는 롯데칠성의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롯데칠성은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다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말 해외 사업을 확장을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 글로벌 신사업 전담 부서를 마련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1월에는 러시아에 ‘LOTTE CHILSUNG BEVERAGE RUS LLC’라는 이름의 법인을 새롭게 설립, 러시아 사업 조직·인력 확대를 꾀하기도 했다. 롯데칠성은 지난 1990년 ‘사이다’를 시작으로 러시아에 진출한 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에 각각 판매 사무소를 두고 영업을 이어온 바 있다.

롯데칠성은 지난 2월 3년 이상의 해외 사업 관련 경험, 해외 인수·합병(M&A) 업무 경험자 등을 조건으로 내세워 경력직 채용을 단행하기도 했다. 세부 업무로는 국내외 M&A 동향 분석, M&A 전략 수립 등이 제시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2월 롯데칠성이 해외 M&A 관련 인력을 채용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시장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롯데칠성이 지금까지 M&A에 적극적으로 나선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라며 “(롯데칠성이 적극적인 해외 M&A를 추진하는 것은) 내수 시장보다 성장 기회가 많은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함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실제 최근 롯데칠성은 해외 기업과의 M&A를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대표 사례로는 지난해 9월 필리핀펩시를 자회사로 편입한 것을 꼽을 수 있다. 편입 이후 이후 현지 시장에서는 마운틴듀, 펩시콜라 등 필리핀펩시의 탄산음료가 인기를 끌었고, 법인 매출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필리핀은 열대 계절성 기후로 음료 사업을 확장하기에 적합한 지역”이라며 “필리핀펩시는 롯데칠성 편입 전에도 현지 음료 업계 2위를 유지하던 안정적인 기업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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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펩시 M&A가 몰고 온 부담

다만 일각에서는 필리핀펩시 M&A 과정에서 발생한 차입금 부담이 차후 롯데칠성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롯데칠성은 앞서 2010년 필리핀 펩시의 지분 34.4%를 1,170억원에 취득했다. 필리핀펩시가 단순 판매 법인을 넘어 음료·소주 상품의 동남아시아 진출을 위한 생산 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롯데칠성은 2013년과 2018년에 추가 지분 매입으로 지분율을 42.22%까지 끌어올렸고, 2020년 필리핀펩시의 지분 31.36%(555억원)을 공개 매수하면서 73.58%까지 지분을 늘렸다.

최종적으로 지난해 9월 롯데칠성은 필리핀펩시를 공동 경영하던 ‘펩시코(PEPSICO)’로부터 경영권을 확보, 필리핀펩시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롯데칠성의 차입금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는 점이다. 롯데칠성은 필리핀펩시 자회사 편입 당시 식별 가능 순자산의 공정가치(자산총계-부채총계)를 1,904억원으로 책정했다. 당시 필리핀펩시의 총차입금은 2,246억원, 차입금 의존도는 34.2% 수준이었다. 

필리핀펩시를 품에 안은 롯데칠성의 작년 연결 기준 차입금은 전년 말(1조4,870억원) 대비 8.1% 증가한 1조6,074억원까지 치솟았다. 롯데칠성이 지난해 지출한 이자 비용은 544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필리핀펩시 인수는 롯데칠성의 외형적인 성장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필리핀펩시의 극적인 실적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한동안 이익 측면에서는 오히려 족쇄가 될 위험도 있다”며 “재무적 투자자인 펩시코와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압박 속 필리핀펩시가 2030년까지 필리핀 증권거래소에 재상장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