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6년간 ATM 1만4,426개 철수 ‘모바일뱅킹 급증’ 영향

은행권, 6년 새 ATM 기기 1만4천여 개 철수
은행 점포 폐쇄도 1,003개, 신한은행 179개 가장 많아
모바일뱅킹 확산에 사용 급감, "불가피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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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소비자 금융 접근성을 위해 무분별한 은행 점포 폐쇄를 제한하고 있지만 은행권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Automated Teller Machine) 철수는 여전히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고령층 등 금융 소외계층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모바일 뱅킹 급증과 현금 사용량 감소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6년간 국내 ATM 1만4,000개↓

24일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지난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철수한 ATM은 총 1만4,426개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8년 2,102개, 2019년 2,318개, 2020년 2,770개, 2021년 2,506개, 2022년 2,424개, 2023년 1,646개, 올해(~6월) 660개가 사라졌다.

이와 함께 지난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폐쇄된 은행 지점 수는 1,003개에 달한다. 다만 지난해 97개, 올해(~6월) 43개로 속도는 줄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 당국이 지난 2023년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마련해 점포 폐쇄 과정을 더 까다롭게 만들면서 은행권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별 지점 폐쇄 현황을 살펴보면 신한은행이 179개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우리은행(161개), KB국민은행·하나은행(각 159개) 등의 순이었다.

관리 비용 축소 및 수익성 극대화에 따른 결정

은행권은 ATM 철수 이유로 관리나 냉난방비 등 유지 비용 문제를 들고 있다. 수익성 증대를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ATM기 축소 이후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19개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4조1,000억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9조8,000억원) 대비 무려 43.9% 증가한 금액이다.

특히 이자 부문의 이익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1~3분기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총 30조9,366억원으로 전체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91.8%에 달한다. 해외 주요은행의 경우 전체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50~70%인 점을 감안할 때 국내은행은 과도하게 이자이익의 비중이 높은 것이다.

일반기업의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은행의 영업이익은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시중은행의 경우 이자이익이 영업이익의 평균 85%를 차지할 정도로 시중은행은 대부분의 수익을 이자이익에서 얻고 있다. 최근 5년간 시중은행의 이자이익을 2019년과 2022년을 비교해 보면, 전체 10조5,564억원이 증가했는데 이 중 국민은행이 2조6,673억원(25.3%)으로 이자이익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어 신한은행 2조1,598억원(20.5%), 우리은행 2조1,577억원(20.4%), 하나은행 1조8,864억원(17.9%), 농협은행 1조6,852억원(16.0%) 순이다. 여기엔 디지털 금융, 온라인 뱅킹 등을 명분으로 은행점포 및 ATM을 축소하는 것이 주효했다. ATM 철수를 통해 비용은 절감하면서 이익은 극대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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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금 없는 사회 가속화, ATM 축소는 자연스러운 현상

ATM 기기 철수가 은행 점포 폐쇄와 맞물리자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막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강민국 의원도 “은행이 적자 경영도 아닌데 비용 효율화와 비대면 은행 거래 증가를 앞세워 지속적으로 점포를 폐쇄하고 ATM을 무더기로 철수하고 있다”며 “은행이 지켜야 할 공공성과 고령층 등 금융소비자의 접근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점포 폐쇄 공동절차’를 충실히 이행하는지 확실히 점검하고, 점포 감소에 대한 감점 부과 폭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형마트, 편의점은 물론 길거리 노점에서도 대부분 신용‧체크카드나 스마트폰에 탑재된 간편결제로 계산할 수 있는 ‘현금없는 사회’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ATM 축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편의점에서의 카드 결제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80%를 넘어섰다. 현금 결제 비중을 앞지른 지 7년 만이다. 같은 기간 현금 결제 비중은 14.3%로 처음 50%대가 무너진 2016년(43.3%) 과 비교해 비중이 3분의 1가량으로 줄었다.

일반적으로 편의점은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 비해 현금 결제 비중이 높은 유통 시설로 꼽혀 왔다. 취급 상품 특성상 1만원 이하의 소액 결제가 대부분인 데다 상대적으로 미성년자들의 이용 비중도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편의점에서의 현금 이용 비중은 27.2%로 대형마트·백화점(6.9%), 음식점·커피숍(15.6%), 병원·약국(11.0%) 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삼성페이·카카오페이 등 모바일 간편결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해 전체 카드 결제 중 모바일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2.7%로 2017년(3.5%)과 비교해 6.5배 불어났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지난해부터 50원, 100원, 500원짜리 동전은 기념품용으로만 생산하고 시중은행엔 추가 유통하지 않는 등 ‘동전 없는 사회’ 사업을 본격화한 점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