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5.5억 달러 규모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 BIS 비율 상승시켜 M&A 실탄 확보용?

우리은행, 후순위채권 이어 신종자본증권도 흥행
건전성·안정성 높게 평가, BIS 비율 0.41%p 상승
자회사 출자 여력 확보 및 M&A 실탄 장전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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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전경/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이 지난달 4,000억원 규모 후순위채권(조건부자본증권) 조달에 이어 외화 신종자본증권(AT1·코코본드) 발행에도 성공했다. 국내 금융기관이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발행한 것은 약 3년 만으로, 우리은행은 이번 발행을 앞두고 홍콩·런던·뉴욕 등의 자본시장을 직접 방문해 잠재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5.5억 달러 AT1 발행 성공

18일 우리은행은 5억5,000만 달러(약 7,600억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여기엔 5년 뒤 콜옵션(조기 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 달려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부실채권(NPL) 관리와 낮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져 등 우리은행의 리스크 관리 수준을 감안해 신종자본증권의 안정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이번 외화채권을 쿠폰금리 6.375%, 미국 5년물 국고채+227bp(1bp=0.01%포인트) 수준의 양호한 조건으로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외화채 시장에서는 특히 이번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관심이 컸다. 지난해 크레디트스위스(CS)의 상각 사태 이후 꽉 막힌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의 물꼬를 틀 첫 주자로 꼽혀서다. 앞서 신한은행이 지난 4월 5억 달러 규모의 후순위채로 자본성 증권 조달의 포문을 열었으나 신종자본증권은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콜옵션 프리미엄 등이 설정되는 신종자본증권 특징상 후순위채 대비 CS 사태의 영향력이 더욱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우리은행에 목표 물량의 6배가 넘는 매수 수요가 몰리는 등 흥행을 달성했다. 당초 5억 달러 조달을 목표로 세웠으나 수요예측 당시 36억 달러(5조원)가 넘는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주문을 받으면서 5억5,000만 달러까지 발행 규모를 늘렸다. 이자 부담도 낮췄다. 기존에 제시한 연 6.75%에서 연 6.375%로 조달 금리를 하향 조정했다.

관계자들은 최적의 조달 시기를 맞춘 점이 주효했다고 평가한다.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 기조 확대로 미국 국채 금리가 떨어지는 등 조달 환경이 개선된 효과라는 설명이다. 미 국채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Pivot·통화 정책 전환) 기대감에 최근 4.18%까지 떨어진 바 있다.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적극 시도한 전략도 적중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은 이달 초부터 아시아, 유럽, 미국 등 60여 개 주요 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다수 진행하며 △안정적인 부실채권(NPL) 관리 △낮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 등 우리은행의 우수한 리스크 관리 역량 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BIS 자기자본비율 관리 목적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달 4,000억원 규모의 원화 후순위채권(조건부자본증권) 발행에도 성공한 바 있다. 우리은행 측에 따르면 당초 신고 금액은 2,700억원이었지만 사전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들이 7,400억원의 유효 수요를 나타내면서 발행액이 늘었다. 해당 채권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으로 만기 10년, 금리 3.89%다.

이로써 우리은행은 한 달 새 약 1조원의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 선제적인 자본 확충을 통해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관리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 30년 이상이면서 매년 일정한 이자를 지급하는 하이브리드 채권으로 보통 5년 뒤 콜옵션을 행사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며,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자본확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콜옵션 도래 시점에 상환할 경우 자본인정액 감소분이 발생, 자본비율이 하락하는 만큼 금융사들은 이를 막기 위해 통상 차환을 통해 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최근 BIS 비율을 끌어올리는 데 방점을 찍은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국내 4대 시중 은행 중 BIS 비율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BIS 비율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3.84%로 다른 시중은행들이 15~16%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수치다. 법정 기준(자산 1조원 이상 8%)을 훌쩍 웃돌긴 하지만, 지난해 1분기 말(18.12%)에 비하면 4%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향후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이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고정이하여신 비율)도 지난해 1분기 말 4.95%에서 올해 1분기 말 6.33%로 올랐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은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기자본비율이 약 0.4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자본적정성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회사채와 달리 재무지표 산정 시 자본으로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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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전경/사진=우리은행

자회사 출자 및 M&A 실탄 확보 해석도

금융권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의 행보를 두고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자회사 출자 여력을 확보하려는 이유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금융지주사들은 자본적정성 관리는 물론 출자 여력 확보 차원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많이 활용한다. 일례로 최근 DGB금융이 신종자본증권 1,000억원 발행 계획을 공시했는데, 이 금액은 지난달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대구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한 증자에 쓰일 예정이다.

M&A(인수합병) 자금 확보를 위한 조달이란 시각도 있다. 최근 M&A 시장에서 우리금융지주는 유력 잠재 매수자 명단에 빈번히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의 합병을 통해 새로운 증권 계열사 확보에 성공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금융은 증권사 외에 보험사 매물 찾기에도 한창이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은행 사업 강화 기조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금융지주의 자금조달 수요도 지속되고 있는 편”이라며 “M&A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할 경우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실탄 마련은 과거에도 주로 사용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