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연준 베이지북, 7월 미국 일부 지역 경기 둔화세 처음 언급, “경제활동 정체·감소 지역 증가세”

연준 "경기 둔화 겪는 지역 2곳에서 5곳으로 늘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감소, 고용 축소가 주원인
금리 인하 압력 계속 커질 전망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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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미 연준 2024년 7월 베이지북

미국 내에서 경제 활동이 정체되거나 감소한 지역이 늘어났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진단이 나왔다.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이어진 가운데 나온 분석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경기 둔화 지역 늘어나, 금리 인하 가시화될 것 전망

17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내놓은 7월 경기동향 보고서(베이지북)를 통해 미국 내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담당 지역 중 5개 지역에서 경제활동에 변동이 없거나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5월에 발표됐던 베이지북에서는 대체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정체된 지역만 2곳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주요 지역에서 경기 둔화가 점차 가시화되는 만큼, 연준이 금리 인하를 결정하는데 부담을 덜 수 있는 자료라고 평가했다.

베이지북은 미국 12개 연은이 담당 지역별로 은행과 기업, 전문가 등을 접촉해 최근 경제 동향을 수집한 경제 동향 관련 보고서로, 통상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2주 전에 발표한다. 이번 보고서는 오는 30∼31일 열리는 7월 FOMC 회의를 앞두고 나왔다.

특히 이날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기준금리 인하가 타당해지는 시기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였다.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 연은 총재도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바라던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하며 월러 이사와 유사한 입장을 내비쳤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만으로 7월 FOMC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를 결정짓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5월 경기 둔화 지역 2곳이 보고되면서 금융시장에 금리 인하 기대감을 부풀린 바 있으나, 당시에도 미국 전체적으로 경제 활동이 꾸준히 증가한다는 보고가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서에서도 “불확실성 증가와 하방 위험이 커졌다는 보고 속에서 전반적인 전망은 다소 비관적으로 변했다”는 언급이 있지만 5월 발표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미 대선과 정부정책, 지정학적 갈등,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불확실성 탓에 향후 6개월간 경제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9월 FOMC에서는 금리 인하에 더욱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지난 5월 보고서와 달리 제조업 주문 감소로 고용이 축소되고 있다는 언급에 주목한다. 연준은 제조업 분야에서 노동자들이 이직이나 재취업에 나서는 비율이 줄어들고 있고, 기업들의 채용도 좀 더 숙련 노동을 찾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채용 시장의 열기가 냉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제조업 분야에서 견조한 고용이 이어진 덕분에 실업률이 낮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조업 고용 축소가 경기 둔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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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미 연준 2024년 7월 베이지북

뉴욕, 클리블랜드, 애틀랜타, 미니애폴리스, 샌프란시스코에서 경기 둔화 나타나

7월 베이지북에 따르면 12개 대상 지역 중 뉴욕, 클리블랜드, 애틀랜타, 미니애폴리스, 샌프란시스코에서 경제 활동이 축소되거나 기존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은 특히 뉴욕 지역의 노동 공급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노동 시장 전체적으로 경쟁이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클리블랜드도 당분간 성장세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고, 애틀랜타의 경우 임금 상승세가 정체되는 동안 비노동 비용 증가세로 기업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니애폴리스는 고용률은 증가했지만 노동 수요가 감소 추세로 돌아섰으며,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소매 지출 감소와 더불어 부동산 시장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5월 보고서에서는 대부분 지역에서는 경제 활동이 약간 또는 완만하게 성장했다고 보고했지만, 두 곳은 변화가 없었던 것에 비해 경기 둔화 징후가 두드러진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베이지북 발표 이후 LPL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소비자들이 가격에 더욱 민감해지면서 수익 마진에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높은 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할인과 인센티브를 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세가 소비 감소로 이어져 물가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동 시장 정상화와 소비 감소에 금리 인하 압력 점차 커져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경제클럽 콘퍼런스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이 2%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린다면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게 될 수 있다”며 조기에 금리 인하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021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서며 전년 대비 3.0% 상승을 기록하자, 현재 시장에서는 7~8월에 2%대 물가상승률을 예상하고 있다.

결국 목표치인 2.0%에 도달하지 않았음에도 조기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은 9월 FOMC에서 2.5~3.0%대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9월 FOMC에서 금리 인하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는 것만으로도 실질적인 금리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는 만큼, 7월 FOMC에서 ‘깜짝 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실제로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금·주식·코인 등의 주요 자산이 고공행진 중이고, 달러는 약세로 돌아섰다. 17일 국내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3.4원 하락해 1,381.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외환 시장 전문가들은 9월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원-달러 환율은 1,380원 하단을 곧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당분간은 수급상 결제가 버티지만, 하단 테스트가 이어지다 7월 말 FOMC 회의를 거치며 원화 평가 절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가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9월 베이지북에서는 FOMC의 결정에 조금 더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수치가 발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