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돈볼카츠발 갈등 확산 양상, 백종원 더본코리아 상장 시나리오에 안개 끼나

허위 매출 약속 의혹 더본코리아, 상장 추진에 '족쇄' 될 듯
증권업계 "의혹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질적 심사에 악영향 있을 수 있어"
상장이 리스크만 키울 수 있단 의견도, "외식 프랜차이즈 특성상 부담만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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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본코리아 홈페이지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더본코리아가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으로 암초에 부딪혔다. 가맹점주 측이 제기한 의혹의 사실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소송 및 분쟁이 가시화한 이상 증시 입성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연돈볼카츠 가맹점주와의 갈등에 발목 잡힌 더본코리아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더본코리아 상장예비심사를 진행 중인 한국거래소는 더본코리아의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연돈볼카츠 일부 가맹점주들이 제기한 ‘허위·과장 매출 및 수익률 약속’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더본코리아가 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서를 내자 연돈볼카츠 가맹점주 협의회는 더본코리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더본코리아 측이 가맹점주들에게 구체적인 액수를 언급하며 기대 매출·수익을 홍보했고 점주들의 메뉴 가격 결정권도 침해했다는 게 요지다. 가맹점주들은 “가맹 계약 체결 당시 더본코리아는 월 3,000만원 수준의 매출과 20~25%의 연수익률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매출은 1,500만원으로 절반에 그쳤다”며 “수익률도 7~8%에 불과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본코리아 측은 가맹점주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가맹 계약 체결 과정에서 전국 매장의 평균 매출, 원가 비중, 손익 등의 정보를 객관적인 자료에 기초해 투명하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영업 사원이 영업 활성화를 위해 한 말을 꼬투리 잡아 회사가 약속한 것인 양 주장하고 보상을 바란다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대중들도 대부분 더본코리아 쪽에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들이 더본코리아 본사에 금전을 요구한 녹취록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연돈볼카츠 점주 측은 “5,000이든 6,000이든 합의점이 있으면 끝내겠다”며 “1억원 주면 조용히 있고, 1억5,000만원이면 협의회를 없애겠다”라고 주장했다. “이쪽에 모인 협의회에서 전가협(전국가맹점주협의회)을 가고 이 준비 과정에서 보상을 원하니까 그 부분에 대해 생각을 하셔야 한다”며 실력 행사를 암시하기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지에선 이미 가맹점주들을 향한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갈등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허위 매출 약속 의혹의 사실 여부 자체는 크게 관계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애초 가맹점주들과 갈등이 벌어진 것만으로 더본코리아 상장에 악영향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거래소는 상장예비심사에서 외형뿐 아니라 질적 요건도 심사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 질적 심사 기준엔 ‘소송 및 분쟁’도 포함된다. 중요한 소송이나 분쟁이 있으면 기업 경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본코리아와 연돈볼카츠 가맹점주 간 분쟁이 소위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단 점도 문제다. 우선 전가협과 연돈볼카츠가맹점주협의회 측은 더본코리아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전가협은 “더본코리아 문어발식 프랜차이즈사업으로 50개 창업 브랜드 중 단 25개만 생존했다”며 더본코리아 가맹사업의 맹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더본코리아의 매출액은 2023년 3,881억원으로 2010년 대비 90.2배 성장했지만 가맹점 매출액은 오히려 하락세”라며 “실질 가맹본부 매출액과 가맹점연평균매출액 실질 추이가 역관계 구조를 띠고 있다”고 일갈했다.

반면 다른 더본코리아 산하 브랜드인 홍콩반점, 빽다방, 역전우동 등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전가협과 연돈볼카츠 가맹점주 측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이 더본코리아 본사를 전방위적으로 공격하면서 연돈볼카츠만이 아닌 여타 산하 브랜드 전체의 이미지가 악화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가맹점주단체는 “전가협의 악의적인 선동이 연돈볼카츠를 넘어서 더본코리아 가맹점 브랜드 전체를 향하고 있다”며 “전가협은 진정 가맹점을 위한 단체가 맞냐”고 반문했다. 연돈볼카츠로 촉발된 더본코리아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의 갈등이 가맹점주 간 갈등으로 확대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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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선 더본코리아 상장 시나리오에 ‘의문’ 표하기도

이렇다 보니 시장 일각에선 백 대표가 굳이 더본코리아를 상장하려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규 상장을 통해 얻을 만한 부수 효과나 이익이 없다는 시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장으로 기업 인지도 향상을 노린다기엔 이미 상당한 인지도를 쌓은 상태고, 돈이 부족하다기엔 현금성 자산이 900억원으로 충분하다”며 “당장 자금이 필요하다 해도 백 대표 지분율이 76%가 넘는 만큼 일부 지분을 팔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맹점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 입성에 성공하면 되려 리스크만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 특성상 가맹점주들의 이익을 보전하기 어려워 관련 논란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상장 이후엔 주주들의 이익 보전까지 고려해야 한다. 백 대표 한 명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더본코리아로선 부담감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애초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자체가 상장사로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 외식 프랜차이즈는 가맹점 유통마진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수익성 개선이 어려워 투자 기피 종목으로 분류된다. 결국 업체가 실질 수익을 개선하기 위해선 납품단가를 올려야 하는데 이 경우 가맹점 반발·이탈을 겪고, 반대로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브랜드 평판과 유행에 따라 실적 편차도 크다. 상장사에 필요한 ‘안정성’과 ‘성장성’의 덕목이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엔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상장을 내세운 기업 중 상장에 성공한 곳은 손에 꼽는다. 연안식당을 운영하는 디딤이앤에프는 거래가 정지됐고, 미스터피자 운영사로 유명했던 코스닥 상장사 MP대산(현 대산F&B)은 피자 시장 경쟁 심화 및 브랜드력 약화로 미스터피자를 분할해 떼어낸 뒤 역시 거래가 정지됐다. 그나마 남은 교촌에프앤비(교촌치킨)도 실적 악화로 꾸준히 주가가 우하향해 상장 당시 공모가 1만2,300원에서 17일 오후 3시 30분 기준 9,810원까지 하락했다. 더본코리아의 상장 시나리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