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 없는 AI 사업은 무너진다” 신한AI, 설립 5년 만에 청산 결정

신한AI, 사업 폐지·회사 청산 위해 지주사 그룹사 탈퇴
'AI 유행' 추종한 무모한 도전이 화 불렀나
줄줄이 AI 시장에서 밀려나는 국내 기업들, 원인은 '역량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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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그룹 최초의 인공지능(AI) 전문 기업으로 주목받은 신한금융그룹의 신한AI가 설립 5년 만에 문을 닫는다. AI 기술 경쟁력이 약화하며 수년간 실적 부진이 이어진 결과다. 업계에서는 신한AI와 같이 충분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AI 시장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이 조만간 줄줄이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된다.

실패 쓴맛 본 신한AI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사업 폐지 및 회사 청산을 이유로 신한AI가 지주사 그룹사(자회사)에서 탈퇴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신한AI는 신한금융이 금융과 최신 AI 기술을 결합한다는 목표하에 선보인 국내 금융권 최초의 AI 자회사다. 설립 이후 신한AI는 시장 예측·투자 자문·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등 여러 AI 서비스를 신영자산운용 등과 함께 선보였고, 2022년에는 IPO(기업공개)도 추진했다.

문제는 신한AI의 AI 기술 경쟁력이 꾸준히 저하돼 왔다는 점이다. 당초 신한AI는 미국 IBM의 ‘왓슨’을 자산 관리 서비스에 활용하는 ‘보물섬 프로젝트’에서 시작했다. 이는 생성형 AI를 필두로 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이 등장하기 이전의 기술로,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빠르게 진화하는 최근 AI 시장 흐름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기술력 부족은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신한AI는 설립 이듬해인 2020년 3월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2022년 9월 적자 전환(5억원)한 이후로는 줄곧 적자를 나타냈다. 지난해 신한AI의 매출은 102억원, 영업손실은 44억원 수준이다. 신한AI의 경영 효율성 하락을 확인한 신한금융은 결국 신한AI의 청산을 결정했다.

이번 조치로 신한AI 정규직 전원은 신한은행 AI유닛·AI연구소, 신한투자증권 디지털플랫폼부로 이동했다. 배진수 전 신한AI 대표는 신한은행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한금융 측은 “신한AI 단독 자회사보다 은행 등 사업 부서 단위의 운영이 더욱 효율적이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추진 중인 사업은 은행 등으로 이관해 연속성 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실패의 근본적 원인은?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망분리 규제가 신한AI 사업 침체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물리적 망분리는 금융사 내부망과 일반 인터넷망을 분리해 외부 데이터를 차단하도록 하는 규제로, 2013년 발생한 대규모 금융전산 사고를 계기로 금융권에 도입됐다. 사실상 금융사들은 여타 업권과 달리 오픈소스, SaaS(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등 외부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는 막대한 데이터 학습이 필요한 AI 사업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규제다.

일례로 신한AI가 주요 업무로 삼았던 투자 시장 자문 분야의 경우, 대내외 환경적 영향을 반영하기 위해 AI 모델에 외부 비금융 데이터를 대거 학습시켜야 한다. 일부 금융회사는 내부망에 외부 오픈API(공개된 인터페이스)를 연동하는 방식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에서는 이 같은 방식도 망분리 규정 위반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다만 한편에서는 이번 사업 철수가 비전 없는 AI 사업의 ‘말로’라는 비관적인 평가도 나온다. 왓슨의 효용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가운데, 신한금융이 ‘AI 유행’에 무리하게 편승하며 악수를 뒀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은 매일같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실속 없는 AI 기업은 도태되기가 십상”이라며 “이는 단순 신한AI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역량이 부족한 상태로 무모하게 AI 시장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이 줄줄이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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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도 AI 시장에선 ‘속수무책’

실제 최근 국내 산업계에서는 AI 사업 실패 사례가 속속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카카오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2017년 AI 연구·개발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한 뒤 유상증자로만 총 2,214억원의 자금을 해당 자회사에 투입했다. 그러나 카카오브레인은 2022년, 2023년 각각 301억원, 7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각각 53억원, 86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카카오는 결국 카카오브레인의 △언어모델 △칼로(Karlo) △톡채널 △멀티모달(MM)사업부와 사업부의 자산·부채 등을 마이너스(-) 8억원에 양수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브레인 내 AI 인력은 모두 본사 AI 전담 조직인 ‘카나나’로 이동했고, 카카오브레인은 생성형 AI로 흉부 엑스레이 사진의 판독문 초안을 작성하는 ‘카라CXR’ 사업 하나만을 남기게 됐다. 이에 시장에서는 사실상 AI 자회사로서의 카카오브레인은 공중 분해됐다는 평이 제기된다.

미래 전망 역시 밝지 못하다. 카카오가 지난해 11월 처음 선보인 ‘칼로 AI 프로필’ 서비스는 내년 7월께 종료될 예정이고, 자체 LLM ‘코(Ko)-GPT 2.0’ 공개도 거듭 미뤄지고 있다. 지난해 자체 생성형 AI를 발표하겠다고 한 이후 1년이 흘렀음에도 불구,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코-GPT’ 개발을 이끈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는 지난달 중 이미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곳곳에서 카카오의 AI 신사업 전략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는 분석이 흘러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