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인플레 목표 달성 확신”, 시장에선 9월 금리인하에 이어 8월 인하 점치기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인플레 목표 조만간 달성할 것으로 확신한다"
시장선 9월 금리 인하 전망 지배적, 8월 금리 인하 예상도 나와
노동 시장 냉각·주거용 부동산 위험 신호에 금리 인하 기대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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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 / 사진=연준 유튜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에 시장은 9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9월 금리 인하? 8월도 가능?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이코노믹 클럽 대담에서 1분기에는 확신을 얻기 어려웟지만, 2분기 들어 물가상승률이 2%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주에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 연준의 정책 결정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고 답했다.

월가에서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사실상 9월 금리 인하를 확정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2%까지 도달할 때까지 기다린다면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이라며 “현재의 긴축이나 긴축 수준이 인플레이션을 2% 아래로 끌어내리는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부분에서 연준이 경기 침체가 더 가시화되기 전에 정책 방향을 틀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 월가 예측치를 모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 워치(Fed Watch)에서는 오는 31일(현지시간)으로 예정된 다음 연준 회의에서 0.25%p 금리 인하를 예측하는 비중이 8.8% 늘었고, 9월 18일(현지시간)에는 0.25%p 인하에 85.7%, 추가 인하에 14.2%가 쏠리는 상황이 됐다(한국시간 7월 16일 오후 4시 기준).

앞서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경기가 둔화하고 있어 연준은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노동 시장 리스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플레이션이 2%로 떨어지지 않았더라도 금리 인하를 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도 지난 11일 “금리 인하 시기가 곧 무르익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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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워치, 올해 12월까지 0.75%p 인하 확률도 62%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리는 12월 18일까지 연준이 3회 이상(0.25%p폭 기준) 금리를 내릴 확률을 62%로 반영했다. 일주일 전인 7월 9일만 해도 연준이 연내 3회 이상 금리를 내릴 확률은 25.9%에 불과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도 2회 인하(46.7%)였다. 미국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 시 금리 인하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서는 7월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골드만삭스의 보고서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오는 9월 인하를 자사의 기본 전망으로 유지하면서도 이달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탄탄한 근거(solid rationale)가 있다”고 밝혔다.

그간 불경기 신호 및 금융 경색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금리를 쉽사리 내릴 수 없었던 이유로 미국 고용 시장의 활황이 꼽힌다. 중국에서 대거 이탈한 달러 투자금이 미국 내 제조업에 투입된 데다, 미 정부의 보조금도 제조업 활황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최근 연구를 통해 불법 이민자 유입이 미국 고용시장을 계속 냉각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브게니야 두자크 샌프란시스코 연은 경제학자는 이날 연은 웹사이트에 게재한 논문에서 “지난해 노동시장 경색이 완화한 원인의 약 5분의 1은 이민자 급증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민자들의 노동력 전환이 지연되고 이민자의 지속적인 유입을 가리키는 업데이트된 추정치를 고려할 때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자크 연구원은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130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추가로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올해 회계연도엔 불법 이민자 수가 380만 명을 돌파해 의회 예산국(CBO)의 최근 추정치인 33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노동 시장 냉각에 부동산 시장도 침체로 접어들어

미국 고물가의 핵심 요소 중 하나였던 주거용 부동산 시장도 침체로 접어드는 상황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이 시장에 충격파를 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테크니컬 트레이더스의 크리스 베르뮬렌 수석 시장 전략가는 지난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부동산은 가파른 가격 조정에 직면했다”며 “주거용 부동산을 비롯해 상업용 부동산(CRE) 모두 가격이 약 30%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부동산 가격과 금리가 함께 높아지면서 커진 재정 부담이 결국 가계 소비 여력을 축소시키고 월세 하락을 이끌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사람들이 모기지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과 눈을 낮춰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어 집을 팔기 시작할 것”이라며 “아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2~3년 정도가 지나면 부동산 시장은 크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가격 하락을 점치기도 했다. 이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CRE에서 손실을 본 은행들이 대출을 주저해 수요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일부 지역에서는 50%의 가격 하락이 있을 수도 있고, 이러한 침체를 회복하는데 7~10년은 걸릴 것”이라고 은행권에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늦어질수록 은행권의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장 물가 목표 2%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정책 시차를 감안해 늦어도 9월에는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자칫 부동산 시장에 장기 불경기가 올 경우 기업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15일 이코노믹 클럽 대담에서 미국의 경착륙 우려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