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높아지는 제2금융권 대출 문턱, 서민 급전 수요 카드·캐피탈사로

카드·캐피탈사 상반기 대출 잔액 9,000억원 급증
경기 침체 우려로 얼어붙은 채권 시장, 캐피탈 업계 '위기'
"대부업체까지 대출 안 내준다" 한계 내몰린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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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서민들의 급전 수요가 카드·캐피탈사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금융 취약 계층의 자금 조달 창구가 속속 좁아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한계에 내몰린 일부 금융 소비자들이 불법 사금융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상호금융·저축은행 가계대출 ‘내리막’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호금융·보험·저축은행·카드·캐피탈사 등 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년 말 대비 12조8,000억원 감소했다. 상호금융권의 가계대출 위축이 제2금융권의 대출 감소세 전반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호금융의 가계대출은 지난 2022년 10조6,000억원, 지난해 27조6,000억원 감소하며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감소분은 12조3,000억원에 달한다.

서민금융기관으로 분류되는 저축은행의 가계대출도 올해 상반기 들어 200억원가량 감소했다. 다수의 저축은행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적자를 떠안으며 대출 문턱을 높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여신(말잔)은 100조7,456억원으로 지난해 1월(115조6,003억원) 이후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2월(100조5,883억원)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서민들의 급전 수요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카드사와 캐피탈사에 집중되고 있다. 카드·캐피탈 업계 가계대출은 올 들어 상반기까지 9,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0조5,186억원으로 역대 최다였던 4월(39조9,644억원) 대비 5,542억원 증가했다.

자금난 시달리는 캐피탈사

문제는 서민들의 급전 수요를 감당하고 있는 캐피탈 회사들의 재정 상황이 꾸준히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되며 채권 시장 전반이 얼어붙은 가운데, 여신전문회사들의 회사채 수요가 크게 감소한 결과다.

자금 확보 난이도가 눈에 띄게 높아진 가운데, 일부 캐피탈사들은 모기업과 계열사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으며 생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대규모 부동산 PF 대출 부실 우려로 막대한 충당금 부담을 떠안은 오케이캐피탈의 경우,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오케이홀딩스대부로부터 총 1,200억원을 빌리며 겨우 자금 수혈에 성공했다. 지난 6월에는 메리츠증권이 메리츠캐피탈이 발행하는 신주 400만 주를 취득하며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모회사·계열사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중소 캐피탈사의 경우 상황이 한층 심각하다. 지난 5월 기준 캐피탈사들이 발행한 채권(4조6,613억원) 중 신용등급이 높은 AA- 이상 캐피탈사의 비중은 73%(3조4,000억원)에 달했다. 신용등급 A+의 중소형 캐피탈사의 비중은 19%(9,000억원), BBB+ 등급은 0.76%(350억원)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은 영세 캐피탈사의 자금 조달 통로가 사실상 막힌 상황”이라며 “기댈 곳도 없는 이들 캐피탈사가 줄줄이 자금난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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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야 하나” 서민층 한계 내몰려

제2금융권 업체들의 재정 상황이 나날이 악화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금융 취약 계층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민들의 ‘최후의 대출 보루’로 꼽히는 대부업계가 힘을 쓰지 못하는 현재, 제2금융권마저 자금 조달 여력을 상실할 경우 수많은 서민이 불법 사금융 시장 등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 대출 잔액은 12조5,146억원으로 지난해 6월 말(14조5,921억원) 대비 2조775억원 감소했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를 비롯한 다수의 대부업체가 폐업을 택하며 잔액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대부업과 대부중개업을 영위하는 업체는 올해 4월 말 기준 8,473개로, 전년 동기(1만970개) 대비 2,500개 넘게 급감했다.

대부업계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는 수익성 악화가 지목된다. 지난 2021년 법정 최고금리가 20%까지 미끄러진 가운데, 고금리 상황 장기화로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며 대부업체의 수익 전반이 감소한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캐피탈사 등 다수의 제2금융권 업체가 부동산 PF 부실 위기 등으로 신음하는 가운데, 서민의 마지막 희망인 대부업계까지 속속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며 “적절한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계에 내몰리는 서민 금융 소비자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