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회복세, 하반기 만기 ELS 손실률 10~20% 전망 “악몽 끝났나”

홍콩 H지수, 11일 기준 6,371에 장 마감
H지수 7,000 넘어갈 경우 손실률 ‘제로′
ELS 발행량 다시 '껑충' 증권사 수익 증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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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HSCEI)가 회복세를 보이며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4조원 규모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률이 10~20%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홍콩 H지수의 반등 속에 연계 ELS의 발행량도 다시 늘고 있다. 손실을 일부 만회하고 금융사가 손실액 보상에 나서며 상황을 진정시킨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홍콩 H지수, 최저점 대비 20% 상승

홍콩 주식 시장에서 홍콩 H지수는 11일 기준 6,371에 장을 마감했다. 올해 최저점(4,943) 대비 20% 이상 상승이다. H지수는 2021년 7월 중순 1만 대가 깨진 후 줄곧 8,000~9,000대에서 움직였다. H지수 ELS의 수익 조건은 상품별로 다르지만, 통상 만기 때 H지수가 가입 시점의 65~70% 밑으로 떨어지면 하락률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반대로 이를 웃돌면 정해진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다.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ELS는 6,500~7,000선 정도가 손실을 보지 않을 수 있는 분기점인 셈이다. H지수가 하반기 6월 평균가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손실률은 23~28%로 예상된다. 지난달의 경우 H지수는 6,300~6,500 사이에서 움직였는데 지수가 7,000에 근접하면 손실률은 10% 안팎으로 줄어든다.

H지수가 반등함에 따라 은행들은 수백억원 규모의 충당금 환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ELS 투자자 배상을 진행 중인 은행권은 지난 1분기에 연간 예상 손실을 가정해 선제적으로 돈을 쌓아뒀다. 일단 회계상 ‘비용(충당부채)’ 처리를 해둔 후 손실이 줄어들면 이를 다시 환입하는 방식으로, 이는 당기순이익 증가로 이어진다.

H지수 ELS 최다 판매사인 KB국민은행의 경우 오는 2분기 1,000억원 내외가 환입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금융지주별 ELS 관련 충당금은 KB금융이 8,62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지주와 하나금융도 각각 2,740억원, 1,799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813억원, 230억원의 환차손을 기록했고 신한금융은 해외부동산 손상차손 767억원과 선제적 충당금 700억원도 쌓았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지주 재무 담당 임원은 “하반기 H지수 전망이 나쁘지 않아 현재 수준만 유지돼도 손실률이 올해 초와 비교해 절반 이상 줄어들게 된다”며 “충당부채로 쌓은 돈 일부를 2분기 중 환입하기로 했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추가 충당금 부담이 일부 완화돼 순이익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 초만 해도 8조원 손실 예견, 당시 H지수 5,000대

홍콩 ELS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5조원, 하반기까지 총 8조원의 대규모 손실이 예견됐다. 홍콩ELS는 H지수와 연계된 상품이라 H지수의 수치에 따라 손실과 수익이 결정되는데, 당시 H지수 수치가 원금 보장 선까지 너무 멀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월만 해도 H지수는 5,200대 초반(2월 5일 종가 5,217.36)에 머물러 있었고, 금융감독원이 자율 배상안을 공개했던 지난 3월 11일 당시에도 H지수는 5,700대였다.

이로 인해 주요 은행권의 손실확정금액만 1,0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초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의 홍콩 ELS 만기도래금액은 2,105억원, 손실확정금액은 1,068억원으로 은행별 원금 대비 손실률만 47.8∼51.3%에 달했다. 은행마다 차이가 있으나 이 기간 만기를 맞은 홍콩 ELS 상품은 2021년 1월 4~8일 사이 가입자가 대부분으로, 당시 홍콩 H지수 평균은 1만829.85였다. 이 지수는 같은 해 2월 18일 1만2,271.60으로 최고점을 찍었다가, 이후부터 내림세를 지속하며 2022년 10월 31일 4,919.03으로 최저점을 기록했다. 그러던 H지수가 4월에 들어서면서 6,000선을 넘었고 이제는 7,000선을 바라보고 있다. 연중 최저치를 찍었던 지난 1월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40%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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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00선 회복에 투자 수요 다시 급증

오랜 기간 부진했던 홍콩 H지수가 반등하면서 최근 ELS의 발행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11일 투자분석 정보 플랫폼 코스콤체크에 따르면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ELS 발행 규모는 지난 2분기 총 2,996억2,419만원으로 직전 분기 927억8,205만원 대비 무려 222%(2,068억4,214만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064억1,113만원)와 비교해도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홍콩 H지수 연계 ELS 발행 규모는 지난 1월 318억7,745만원에서 다음 달 209억1,603만원으로 감소했다가 이후 계속 늘고 있다. 월별 발행 추이를 살펴보면 △3월 399억8,856만원 △4월 651억6,781만원 △5월 1,061억4,497만원 △6월 1,283억1,140만원 등이다. 이달 8일(5거래일)까지만 288억3,792만원 규모로 발행됐는데, 이 같은 추세라면 7월은 전달 발행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홍콩 H지수 연계 ELS를 판매하던 은행들이 원금 손실 사태로 올해 1월까지 관련 상품 판매를 잇달아 중단하면서 증권사로의 쏠림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