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발목 잡는 내수 부진, 고용시장도 ‘찬바람’

두 달 연속 침체한 고용, 6월 취업자 9만6천명 증가에 그쳐
지난달 자영업자 13만5천명 줄고 건설업 부진도 급격히 심화
내수 부진 지속 요인은 '고금리', 내수 침체 장기화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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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연속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0만 명을 밑도는 가운데 내수 부진으로 인한 자영업자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수주 둔화 등으로 건설업 취업자 감소 폭은 확대됐고, 제조업 취업자 수 증가 폭도 크게 축소됐다. 정부 예상보다 자영업과 건설업이 부진한 데다 폭염으로 인해 농림어업, 일용근로자 취업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자영업자 곡소리 여전, 건설업도 고꾸라져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살 이상 취업자 수는 2,890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만6,000명 늘었다. 5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8만 명으로 꺾인 데 이어 두 달 연속 10만 명을 밑돈 것이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두 달 연속 10만 명대 이하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2018년 12월과 2019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취업자 수 감소는 건설업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6만6,000명 줄면서 지난 5월(-4만7,000명)에 이어 두 달째 감소세를 보였다. 폭염과 함께 업황 자체가 부진한 영향이 지속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 업황 부진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은 마감 공사 때 인원이 많이 필요한데, 지난해까지 착공이 줄었던 여파가 시차를 두고 고용지표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상반기 다소 반등한 착공이 취업자 수에도 반영되려면 2~3년은 걸린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주택 착공은 10만6,537가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1.4% 증가했다.

자영업자 감소 폭도 가파르게 나타났다. 특히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3만5,000명(-3.1%) 줄었는데,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자영업자들이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여파로 풀이된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지난 5월에도 11만4,000명(-2.6%) 감소한 바 있다. 무급가족종사자도 2만7,000명(-2.8%) 줄었다.

내수 좋아졌다는데, 지표는 ‘최악’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심화한 데는 내수 회복이 더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정부는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방한 관광객 증가와 서비스업 개선 등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고 있다고 자평했지만, 현실은 상반된 모습이다. 최근 소매판매·설비투자·건설투자 등 대표적인 내수 지표 모두 장기화한 고금리 기조로 인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소비는 대다수 부문에서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5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1% 감소해 그 전달(-2.2%)보다 감소 폭을 키웠고, 서비스업 생산 중 소비와 밀접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도 각각 1.4%, 0.9% 감소해 소비 부진을 시사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두 달 연속으로 내수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KDI 역시 내수 부진의 원인을 고금리 기조로 인한 위축으로 봤다. 특히 설비투자의 경우 반도체 경기의 호조세가 고금리에 가로막혀 관련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는 모습이다. 건설투자는 건설비용 증가세가 이어지며 선행지표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부채 상환 부담이 높아지는 악순환도 벌어지고 있다. 소비가 줄어들며 소득은 감소했지만 금리는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4월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57%에서 0.59%로, 가계대출 연체율은 0.39%에서 0.40%로 늘어나는 등 모두 장기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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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내수 부진 장기화 우려↑

이에 전문가들은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실질소득이 줄어들면서 부진에 빠진 내수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내수가 수출에 비해 회복 속도가 더디면서 체감 경기도 냉랭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 대다수 국내외 경제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에서 상향 조정했지만, 하반기 경제성장을 저해할 요인으로 내수 부진을 지목하며 한목소리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은 민간 소비가 올해 1.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측하며 내수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 내다봤고, 산업연구원(KIET)도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내수 부문의 성장세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계 내 소비에 필요한 돈도 부족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인당 실질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2,301만원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실질 PGDI가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4%)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실질 PGDI는 세금, 사회보험료, 대출 이자 등을 제외하고 가계가 소비 지출에 쓸 수 있는 금액을 일컫는 말로, 그만큼 소비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가계가 부담하는 이자 비용도 큰 폭으로 늘었다. 가구 평균 이자 비용은 지난 2021년 3분기 8만6,611원을 기록한 이후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올해 1분기 가구 평균 이자 비용은 13만7,598원으로, 11분기 만에 무려 5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