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테슬라는 밈(Meme) 주식일까?

'월가 채권왕', 테슬라 밈 주식이라 꼬집어
실적, 기술적 근거없이 인기만으로 가격이 오르는 자산을 부르는 명칭
사실상 주가조작 세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잇따라

증권가에서 실적없이 가격만 오르는 주식들을 최근들어 ‘밈(Meme)’ 주식이라고 부른다. 자산의 가치는 그 자산에서 나오는 현금 흐름, 혹은 현금 흐름에 상응하는 기대 가치에 기반하는 것이 상식인데, 남들이 사기 때문에 따라서 사는 자산, 인기가 있기 때문에 구입하는 자산들이 이렇게 불리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코인들이다. 가치평가에 활용하는 데이터가 자산의 현금흐름이 아니라 SNS에서 얼마나 많이 언급됐는지를 본다는 것이 금융권 전문가들 사이에서 농담거리로 취급되기도 한다.

10일(현지 시각) CNBC에 따르면 월가의 ‘채권왕’이라고 불리는 빌 그로스 핌코 공동창업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이날 X(전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테슬라의 주가 급등은 펀더멘털과 동떨어진 것”이라며 “전형적인 밈 주식의 형태”라고 평가했다. 특별한 호재 없이 유행을 타고 있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자산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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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그로스 핌코 공동창업자 및 최고투자책임자 / 사진=핌코

테슬라는 밈(Meme) 주식

지난해부터 전기차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테슬라의 매출액도 추락을 거듭했다. 심지어 경쟁사들이 야금야금 시장을 빼앗아 가면서 지난 6월부터는 전기차 시장 점유율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공개된 신차 모델은 2020년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신차가 더 이상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사들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추고 추격하고 있는만큼, 테슬라의 장기 생존을 담보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이후 44%나 급등했다. 주가 상승의 원인은 재무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 투자자들이 아니라 밈 주식을 사고 파는 팬 덕분이다. 한국에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 우드의 자산운용사 아크 인베스트먼트는 대표적인 테슬라 광팬이다. 세간에 알려진 우드 대표의 투자 전략은 전문적인 분석 기반의 미래 예측이 아니라,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언급량이 있는지 여부다. 테슬라가 밈 주식이라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강력한 증거인 셈이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밈 주식에 대한 적절한 가치 평가를 내놓기 부담스럽다고 답한다. 동종업계 배수, 현금 흐름 등등의 전통적인 가치 평가 방법으로는 합리적인 계산이 불가능한데, 때문에 과대 평가 됐다는 지적을 시장에 발표하면 팬 층에서 거센 반발이 몰려온다는 것이다. 광적인 팬들은 애널리스트들의 신상을 털고, 개인 생활에까지 피해를 준다. 애널리스트들이 굳이 총대를 메고 밈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 작업에 나서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는 만큼, 더더욱 밈 주식들은 전통적인 투자 전문가들의 판단에서 멀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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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6개월간 게임스탑 주가 움직임 / 출처=구글 검색

합리적인 가치 평가 없는 시장, 결국 거품만 키울 것 우려도

국내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코인 시장과 더불어 밈 주식이 속칭 ‘소문 듣고 투자’하는 일반 투자자들의 행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합리적인 가치 평가나 기술적인 분석없이 단순히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회사가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 군중 심리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군중 심리로 키운 주식 가치가 장기간 유지되기는 쉽지 않다. 계속 투자자가 유입되어야 가치가 유지되는만큼, 자칫 폰지(Ponzi) 사기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이 코인 시장을 폰지 사기와 동급으로 격하시켜서 바라보는 이유다.

미국 게임스탑의 경우 2021년 미국의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팬층이 대거 집결하면서 주가가 폭등한 사례가 있다. 당시 대형 헤지펀드들이 게임스톱 주식이 과대 평가됐다는 판단 아래 공매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지원으로 주가가 폭등했고, 헤지펀드 멜빈 캐피털(Melvin Capital)은 약 25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 끝에 펀드를 청산했다. 올해도 지난 5월에 헤지펀드들이 공매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레딧 및 유튜브 채널 등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모여들어 장중 주가를 74.4% 끌어올렸고, 관계자들의 추산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약 8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밈 주식 열풍은 3일 만에 반전세로 돌아가며 47% 폭락했고, 이어 6월에도 공매도 세력과 밈 주식 투자자들의 경쟁 속에 폭등과 폭락세를 이어갔다. 주식 가격이 기초 자산의 현금 흐름 때문이 아니라 게임스탑 팬들의 지지 때문에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새롬데이타맨을 보는 것 같다”며 광기에 따른 주식 구매는 자칫 투매로 이어져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새롬데이타맨은 상장가 대비 150배나 올랐다가 실적이 전혀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공론화 되면서 결국 상장폐지 수순을 밟았다. 국내에는 최악의 주가조작 사건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밈 주식은 주가조작인가?

일부 투자 전문가들은 밈 주식 열풍을 만들어내는 일부 인플루언서들이 사실상 주가조작단이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주식이 미래에 더 큰 가치를 가져올 수 있다는 허황된 정보를 생산해내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테슬라의 경우도 주가 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자율주행 기술이다. 그러나 AI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주장하는 완전 자율주행을 위한 기술적인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라고 지적한다. 도로 위 차량간 협조를 통한 사고 방지 체제 같은 기술은 강화학습, 게임이론 등의 수학적인 문제들도 아직 풀리지 않은 상황인만큼, 센서 정보만으로 차량 움직임을 제어하는 기술로는 완벽한 자율주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밈 주식 열풍을 ‘떼법’이라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주식 가격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수백, 수천명이 몰려들어 억지로 원하는 주가를 만들어내는 억지논리의 연장선에서 평가하는 것이다. 주가조작 세력들도 사람을 모아 허위정보,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가능하다는 식의 정보를 흘려서 주가를 부풀린다. 국내 금융증권범죄 규정에 따르면 시세조종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5배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