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본점까지 들여다 보겠다” 금감원, 횡령 조사 기간·인력 확대

금융당국, 우리은행 횡령 조사 이달 19일까지 연장 조치
검찰 '횡령액' 180억원 추정, 해당 직원 구속 기소 상태
영업본부장·내부통제지점장 등도 책임 물어 인사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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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의 100억원대 횡령 사건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현장검사가 예정보다 길어지고 있다. 영업점뿐 아니라 본점까지 검사를 확대하면서 검사 기한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횡령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한편 본점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까지 집중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우리은행 횡령 검사 2주 연장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5일까지였던 우리은행 횡령 현장검사를 오는 19일까지 2주 연장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현장검사 범위를 사고 발생 영업점에서 본점으로 확대하고 검사 인력도 최초 6명에서 현재 9명으로 늘렸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한 지점에서 1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하자 지난달 12일 4주 일정으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현재 범죄 수법은 확인했으나 횡령 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범죄에 사용된 계좌를 일일이 확인한 뒤 해당 은행을 통해 거래 내역을 조회하는 방식으로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이나 검찰처럼 영장을 발부받아 금융기관으로부터 특정 계좌 거래 내역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는 방식과 비교하면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금감원은 A씨가 경찰에 진술한 횡령 기간 이전에도 같은 수법으로 돈을 가로챈 사실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횡령 액수가 100억원대 이상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우리은행이 사전에 사고를 막을 수는 없었는가’에 초점을 맞춰 내부통제 시스템 작동 여부를 단계별로 살피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A씨가 취급한 대출 내역을 모두 살펴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사고 금액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가상자산투자·채무 변제·전세보증금에 횡령액 사용

금감원이 조사 중인 횡령 건의 당사자인 우리은행 대리급 직원 A씨는 현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우리은행 경남 김해에 있는 지점에서 기업대출 담당자로 있으면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10개월간 35차례에 걸쳐 개인·기업체 등 고객 17명 명의의 대출 서류를 위조하는 방법으로 허위 대출을 일으키고 대출금을 지인 계좌로 빼돌려 약 177억원7,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결과 A씨는 마치 고객의 정상적인 대출 신청이 있는 것처럼 속여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결재권자가 부재할 때는 관행적으로 실무담당자가 시급한 대출 결재를 대신 해온 점, 지점 대출 요청을 받은 본점이 대출명의자가 아닌 지점으로 대출금을 송금하고 이를 지점에서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 등 은행 차원의 관리·감독이 미흡한 점을 노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또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우리은행 내 개인 대출고객 2명에게는 “남아있는 대출절차를 위해 이미 입금된 대출금을 잠시 인출해야 한다”고 속여 약 2억2,000만원을 지인 계좌로 송금받은 혐의도 받는다.

A씨는 이렇게 빼돌린 돈을 가상자산 투자와 기존 채무를 돌려막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과 경찰의 계좌추적 결과 A씨는 가상자산 구입 등에 약 150억원을 쓰고, 대출채무를 돌려막는 데 약 27억원, 전세보증금과 생활비 등 개인용도로 약 3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몰수·추징보전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에 있는 예치금과 은행예금, 전세보증금 등 45억원 상당을 동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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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준법감시인 전격 사임, 지점장 21명은 직무 배제

해당 사건 이후 우리은행은 상반기 정기 인사에서 내부통제 업무와 실적 부진을 물어 대규모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발생한 영업점 금융사고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박구진 준법감시인이 자진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는 지주사 전재화 준법감시인이 대신한다.

또 해당 사고와 관련된 전·현직 결재라인, 소관 영업본부장과 내부통제지점장까지 직무 배제하면서 강력한 인사상 책임을 물었다. 우리은행은 이번 내부통제 라인에 대한 인적 쇄신과 함께 시스템 전반을 밑바닥부터 다시 점검하는 등 사고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실적 하위 본부장 4명과 지점장급 21명에 대해 이례적으로 직무배제도 단행했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승진 66명, 이동 150여 명 등 지점장급 인사를 통해 다소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다잡고 임직원 모두가 영업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