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드 카 보편화에 사용자기반보험(UBI) 확산, 당면 과제는 ‘사생활 유출’ 논란

커넥티드 카 등장에 자동차 보험 시장에도 '새바람', UBI 본격 등장
UBI 시장 연평균 23.5% 성장 전망, 국내서도 UBI 상품 판매 시작
사생활 유출 논란에 묶인 커넥티드 카, 실제 피해 사례 나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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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빙 인사이트 메뉴에서 에코마일리지 연동을 확인하는 모습/사진=현대자동차그룹

각종 센서와 네트워크를 통해 운전자 주행 습관을 수집할 수 있는 ‘커넥티드 카’가 보편화하면서 자동차 보험 시장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커넥티드 카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토대로 고객별 사고 발생 가능성을 따져 보험료를 책정하는 사용자기반보험(UBI)가 등장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캐롯손해보험을 시작으로 차봇모빌리티 등 관련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대세로 떠오른 ‘커넥티드 카 보험’

2일 글로벌 커넥티드 자동차 보험 연구에 따르면 글로벌 보험사는 신규 사업의 절반 이상을 커넥티드 카 보험에 투자하고 있다. 커넥티드 카를 통해 운전자 주행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보험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 UBI 시장이 2032년까지 연평균 23.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도 관련 상품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캐롯손해보험이 대표적이다. 앞서 캐롯손해보험은 국내 보험업계에선 최초로 퍼마일 자동차보험을 출시했다. 가입자 차량에 캐롯 플러그를 설치해 주행거리를 기록하고 주행거리가 적을수록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식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보험사들은 연간 주행거리가 1만5,000km 이하일 시 보험료를 할인했는데, 캐롯손해보험은 자체적으로 확보한 데이터를 통해 1km 단위로 보험료를 차등해 부과했다. 단 1km라도 덜 운행하면 보험료가 저렴해진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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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캐롯손해보험

보험 환급 구조 다변화, ‘안전운전 특약’ 등장하기도

커넥티드 카가 보편화하면서 보험 상품의 환급 구조도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안전운전 특약이다. 최근 캐롯손해보험은 ‘할인이 쌓이는 굿 드라이브’ 특약을 선보였다. 센서가 탑재된 플러그를 통해 운전자의 급정거·급출발·급가속 횟수를 측정, 안전운전 점수가 70점을 넘기면 보험료를 최대 20% 할인해 주는 식이다.

하나손해보험의 경우 지난해 8월 운전한 날짜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커넥트데이 자동차보험’을 출시하기도 했다. 커넥트데이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가입 시 의무보험에 대해서만 최초 보험료를 일시납으로 납입하고 보험 기간 중 운전한 날짜에 따라 임의 보험료를 매월 정해진 일자에 사후 정산하면 된다. 이전까지 주행 거리에 따른 환급 등 일차원적 시스템에 머물렀던 보험료 환급 시스템이 커넥티드 카를 중심으로 점차 다변화하는 모양새다.

보험업계에 커넥티드 카를 통한 빅데이터 활용성이 높아지다 보니, 최근엔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보험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사례도 생겼다. 차봇모빌리티도 그중 하나다. 차봇모빌리티는 2016년부터 114만 건 이상의 운전자 데이터를 확보해 차량 구매·판매·관리·폐차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간 발전시켜 온 빅데이터 수집 인프라 및 처리 능력 등을 총괄한 뒤 보험사와 협력해 자동차 보험을 개발·판매하겠단 게 차봇모빌리티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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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유출’ 논란 여전, 선제적 대책 마련 필요할 듯

이처럼 UBI 상품으로 보험업계의 저변이 넓어지는 모양새지만, 여전히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당면 과제는 커넥티드 카의 사생활 유출 논란이다. 커넥티드 카는 차량 운행 기록과 위치 등 개인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생활 정보가 유출돼 스토킹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단 우려가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피해가 위치 추적이다. 보통 커넥티드 카는 운전자와 3km 이상 떨어져 있으면 위치 정보를 파악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제한 조건을 달아둔 거지만, 스마트폰의 GPS 위치를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앱을 설치하면 멀리 떨어진 차량도 쉽게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다. 보안이 지나치게 취약하단 의미다.

미국에선 이미 커넥티드 카 기능을 악용한 실제 피해 사례가 발생한 바도 있다. 가정 폭력을 일삼던 남편이 테슬라 모델X의 스마트폰 위치 추적 및 문 잠그기 등 원격 기능을 이용해 아내를 실시간 추적하며 스토킹한 것이다. 커넥티드 카 및 UBI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보안 강화책 마련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단 목소리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