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 ‘美 나스닥 안착’, 韓 기업 뉴욕증시 상장 행렬 이어질 듯

야놀자·셀트리온홀딩스 등도 연내 나스닥 상장 추진
풍부한 유동성에 자금 조달 용이해 뉴욕증시로 선회
'박스권' 코스피, 금투세 등 국내 투자 심리 위축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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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이 상장 첫날 시가총액 4조원에 도달하며 미국 나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3년 전 쿠팡을 시작으로 국내 기업의 나스닥 상장이 물꼬를 튼 가운데 현재 야놀자, 셀트리온홀딩스, 두나무 등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고 풍부한 유동성으로 자금 조달에 용이하다는 점이 뉴욕 증시로의 선회를 이끄는 배경이다.

네이버웹툰, 나스닥 상장 첫날 시총 ‘4조원’ 달성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네이버웹툰의 모기업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나스닥 거래 첫날 공모가보다 9.5% 높은 23달러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약 4조원에 달한다. 28일에는 0.74%로 소폭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으나 장 중 한때 25.66달러까지 올랐다. 네이버웹툰은 상장을 앞두고 고평가 논란이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미국 시장에 안착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웹툰 이전에 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지난 2021년 나스닥에 입성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나스닥 행렬에 포문을 열었다. 올해는 여행 플랫폼 기업 야놀자도 나스닥 상장을 위해 올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밖에 바이오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등도 나스닥 상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의 나스닥 상장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풍부한 유동성이 꼽힌다. 세계 최대 규모의 증권거래소인 뉴욕 증시로 전 세계의 자금이 모이기 때문에 자본 조달에 용이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업 가치를 온전하게 평가해 기업이나 투자자 입장에서 모두 엑시트(투자금 회수) 밸류를 충족시킨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제는 국내 투자자들마저 뉴욕 증시 상장사에 직접 투자하는 게 일상이 됐다.

반면 코스피와 코스닥은 몇 년째 박스권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당국이 고육지책으로 ‘밸류업 공시’를 도입했지만, 한편에서는 내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결국 주식 투자로 얻은 이익에 세금을 매기면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신규 상장도 지지부진하다. 코스닥 상장 신청의 절반 가까이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이 차지하는데 그마저도 예비 심사 기간이 지나치게 긴 탓에 스타트업의 불만이 쌓였다.

쿠팡 이전에 하나로텔레콤 등 자진 상폐 사례도

하지만 나스닥 상장도 성공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99년 국내 기업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한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 기업 미래산업도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상장 폐지됐다. 국내 게임사 웹젠 역시 2003년 나스닥에 상장돼 당시 9,720만 달러를 조달했지만, 상장 6년 만인 2010년 자진 상장 폐지했다. 2007년 하나로텔레콤도 나스닥에서 자진 상장 폐지했다. 모두 거래량이 미미한 데다 상장 유지와 미국 시장 정책에 맞추기 위한 비용이 컸다는 것이 이유였다.

나스닥은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장과 상장 유지에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고 미국 정부의 자본시장 규제에 대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은 단점으로 지목된다. 먼저 기업공개(IPO)를 주관할 외국계 증권사의 수수료와 보수를 맞춰줘야 하고 투자설명서나 분기 보고서를 만드는 데만도 수십억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무리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수 있는 기업가치의 마지노선을 2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각종 규제 리스크도 산재해 있다. 미국은 거래소의 상장 심사 요건이 한국보다 덜 까다로운 대신, 문제가 생기면 기업이 모든 책임을 지는 구조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기업의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를 강조하고, 이를 어길 경우 경영진에 대한 형사 처벌,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자칫 규정을 위반했다가는 기업이 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법무·회계 업무에 엄청난 공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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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유니콘 기업, 미래 성장 위해 해외 진출 모색

다만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나스닥 상장은 기업의 입장에서 ‘글로벌 인지도 확대’라는 큰 이점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이점은 플랫폼, 이커머스 등 IT 기반 서비스를 전개하는 스타트업에 더 큰 유인책으로 작용한다. 서비스의 특성상 국경의 제한 없이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고 현재의 재무적 성과보다는 미래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통해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컬리, 토스, 당근마켓 등 국내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IT 플랫폼 서비스들이 유니콘 기업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국은 인구 1,000만의 서울을 제외하고는 내수 시장의 규모가 작은 탓에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 궤도를 국내 자본만으로는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성장을 위해서는 거액의 투자 유치, 인수합병(M&A), IPO 등 자금 조달을 통한 해외 진출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국내 스타트업들은 나스닥 진출에 앞서 해외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쿠팡과 야놀자에 투자한 소프트뱅크, 컬리에 투자한 세콰이어, 센드버드에 투자한 타이거 글로벌을 비롯해 와이컴이 시드 단계의 국내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유니콘 기업들의 해외 증시 상장에 성공할 경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관심을 제고할 수 있고 이는 해외 자금의 국내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