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매파’ 인사 “인플레이션 반등하면 금리 인상해야 할 수도”

미셸 보먼 "인플레 되돌리려면 금리 추가 인상해야"
공급측면에서 경제 추가 개선 가능성 낮다는 발언도
기대보다 높은 중립 금리도 연준 금리인하 기대감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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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꼽히는 미셸 보먼(Michelle Bowman) 이사가 인플레이션 전망에 여러 상승 리스크가 있다며 당분간 금리를 높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내놨다. 이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지 않을 경우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연준 보먼 이사 “금리 인상 의향 있다”

25일(현지시간) 보먼 이사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체되거나 심지어 역전될 경우 향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전망과 관련된 위험과 불확실성을 감안해 향후 정책 입장의 변화를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 방식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먼은 금리인하와 연방정부 부양책이 “수요에 모멘텀을 더해 인플레이션 완화에 대한 추가 진전을 지연시키거나 심지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여전히 상승 리스크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민자 급증으로 주택 건설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서 주택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어 “향후 입수되는 데이터가 인플레이션이 우리 목표치인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나타내면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제약적으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결국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것이 적절해질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아직도 금리를 낮추는 것이 적절한 시점에 이르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보먼 이사는 최근 유럽연합(EU), 캐나다 중앙은행 등이 금리를 인하했지만 연준은 이러한 움직임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으로 몇 달 동안 미국의 통화정책 경로가 다른 선진국 경로와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올해 금리 인하’에 베팅

보먼 이사의 발언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전망과는 대비된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월가의 주요 IB 10곳 중 네 군데(바클레이즈,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 도이치방크)는 올해 연준이 금리를 한 차례(25bp)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두 차례 인하(50bp)를 전망한 IB는 골드만삭스, 노무라, 웰스파고, TD였다.

씨티와 모건스탠리의 경우 연준이 올해 세 차례의 인하(75bp)를 인하할 것으로 봤다. IB들은 내년에는 연준이 큰 폭의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봤다. 도이치방크를 제외한 대부분 IB는 내년 4분기 말까지는 연준이 금리를 추가 100bp 이상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한은은 지난해 말에 비교하면 연준과 IB 간의 금리 전망 격차가 대체로 축소됐다고 평가했다. 또 점차 시장이 연준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IB들 간의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대체로 유사했다. 다만 주거비 및 서비스 물가 추이와 고용지표 둔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존재했다. 특히 일부 IB는 하반기 실업률이 가파르게 오르고, 이에 따라 연준이 두 차례 이상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은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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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방준비제도

높은 중립 금리, 고금리 장기화 시사

하지만 IB들의 기대와 달리 최근 미국의 중립 금리가 지속해서 오르고 있는 데다 시장금리도 상승세를 유지함에 따라 사실상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립 금리는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없이 물가가 안정된 상태에서 자금의 공급과 수요를 맞춰 경제를 제약하거나 자극하지 않는 이론적 금리를 일컫는 말로,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결정할 때 준거로 활용한다. 중립 금리가 올라가면 물가를 잡기 위해 정책금리를 보다 더 올려야 한다.

그런데 연준은 지난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제시한 점도표에서 중립 금리를 2.8%로 올렸다. 연준은 그간 중립 금리를 2.5%로 책정해 왔다. 여기서 인플레이션 목표치(2%)를 빼면 실질 중립 금리는 연 0.5%다. 장기금리 전망치를 2.8%로 올렸다는 것은 실질 중립 금리가 0.8%로 상승했다는 의미로, 실질 중립 금리가 올라가면 현재 통화 정책이 경제 활동을 억제하는 데 큰 효과를 내지 못하게 된다.

중립 금리가 지난 수십 년간의 하향 움직임에서 상향으로 반전된 데는 미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적자와 함께 기후변화에 맞선 투자 증가 전망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 랠리에는 인플레이션과 성장이 더 현저하게 둔화해 연준의 현 예상보다 더 빠르고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중립 금리가 높을수록 이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작다.

채권시장도 고금리 장기화를 가리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향후 5년 만기 금리를 반영하는 선도계약(forward contracts)은 3.6%에서 멈춰있다. 이는 지난해 최고치인 4.5%보다는 낮아진 것이지만, 지난 10년 동안의 평균보다는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며, 연준의 자체 추정치인 2.75%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이는 곧, 시장이 채권수익률과 관련해 훨씬 높은 수준의 하한선을 책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결국 채권 랠리의 지속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 전략가인 벤 람은 최근 두 개의 점도표 상에서 연준이 명목 중립 금리 추정치를 2.50%에서 2.80%로 올렸다며, 시장이 연준의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것은 과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