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원 투자 유치 성공한 번개장터, ‘적자의 늪’ 어떻게 빠져나올까

번개장터, 매출 성장 힘입어 시리즈 E 투자 유치 성공
패션 거래 안정성 높이는 '번개케어' 서비스로 수요 흡수
수년째 지속되는 적자 기조, 수익성 개선 노력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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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번개장터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5,300억원에 달하는 몸값을 인정받으며 4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중고 명품 거래 시장을 겨냥한 ‘번개케어’ 서비스가 패션 분야 성장세를 견인하며 실적이 일부 개선된 결과다. 다만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적자 기조는 여전히 번개장터를 압박하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번개장터, 5,300억원 몸값 인정받아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번개장터는 지난 24일 400억원 규모의 시리즈 E 투자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구주와 신주 거래가 동시에 이뤄질 예정으로, 구주 거래에 나서는 주주는 초기 투자자인 원익투자파트너스와 베이스인베스트먼트다. 신주의 경우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리드 투자자로 참여한다. 이에 따라 약 250억원 안팎의 자금이 회사로 유입될 예정이다.

앞서 번개장터는 2020년 국내 벤처캐피탈(VC)을 대상으로 5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지난 2021년에는 신세계그룹의 벤처캐피탈(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총 82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받았다. 이번 투자 라운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번개장터는 누적 1,78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게 되는 셈이다.

투자자들은 번개장터의 포스트 밸류(post-value·투자 이후 기업가치)를 약 5,300억원으로 평가했다. 이는 2020년 초 사모펀드(PEF)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이하 프랙시스)가 번개장터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지분 가치(1,400억원) 대비 3.8배가량 높아진 수준이다. 2021년 투자 유치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약 3,400억원)과 비교해도 1.6배 가량 상향됐다.

명품이 매출 성장세 견인?

시장은 번개장터의 기업가치 제고의 배경으로 매출액과 거래액 성장을 지목한다. 2019년 기준 120억원에 그쳤던 번개장터의 매출액은 △2020년 140억원 △2021년 250억원 △2022년 305억원 △2023년 341억원 등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번개장터는 최근 중고 명품 거래 시장에 초점을 맞추며 실적 돌파구를 찾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명품 관련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 매출 성장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제 번개장터는 지난 22년 12월 중고 거래 플랫폼 최초로 △정품 검수 △폴리싱 △안전결제 등을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 번개케어를 선보인 바 있다. 회사는 서울 성수동에 530평 규모의 번개케어 검수 센터를 설립, 하이엔드 중고 명품부터 스니커즈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브랜드 상품을 전문 감정사가 검수·감정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번개케어 서비스 출시 이후 번개장터 내 패션 상품 거래는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번개장터의 지난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패션 카테고리 유료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0%·전년 4분기 대비 43% 증가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올해 3월 한 달간 패션 카테고리에서 발생한 유료 결제 거래 건수는 8만 건을 넘어섰다. 고가의 중고 명품도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번개장터의 정품 검수 서비스 경험이 소비자 신뢰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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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늘어도 여전히 적자

주목할 만한 부분은 매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 번개장터가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26억원 수준이었던 번개장터의 영업손실은 2020년 135억원, 2021년 393억원 등 빠르게 불어났다. 최근 들어서는 △2022년 348억원 △2023년 216억원 등으로 손실 규모가 점차 축소되기 시작했지만, 흑자 전환의 조짐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동종업계 경쟁 주자인 당근마켓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흐름이다. 별도 기준 당근마켓은 2020년 1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21년 352억원, 2022년 464억원 등 꾸준히 적자 규모를 키워왔다. 암울하던 당근마켓 실적이 반전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2023년 당근마켓은 별도 기준 17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발생한 매출액은 1,276억원으로 전년 대비 2.5배 증가했다.

당근마켓의 실적 개선을 견인한 것은 지역 광고였다. 읍·면·동 등 지역 기반으로 광고를 노출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지역 광고 수요를 온라인으로 흡수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근마켓은 기존 강점이었던 ‘지역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춰 광고 사업을 펼치며 차별화에 성공했다”며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경쟁사가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당근마켓과 같이 차별화된 수익 창출 방안을 고안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