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스트’ 품은 사조그룹, 급식·식자재 유통시장으로 보폭 확대

사조, 푸디스트 인수로 M&A 강자 면모 과시
푸디스트, ‘식자재왕’ 등 식자재 유통 강점
농수축산 아우르는 식품산업 밸류체인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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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대림 인천공장 전경/사진=사조그룹

사조그룹이 식자재·위탁급식 업체인 푸디스트를 전격 인수했다. 지난 2월 미국계 전분당업체인 사조CPK(옛 인그리디언코리아)를 인수한 데 이어 또다시 대형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것이다. 사조그룹의 올해 매출은 6조원에 육박하면서 CJ와 동원그룹에 이은 식품업계 3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사조그룹, 2,520억원에 푸디스트 인수

24일 사조그룹은 계열사인 사조오양과 사조CPK를 통해 국내 사모펀드 VIG파트너스가 보유한 푸디스트 지분 전량(99.86%)을 사들인다고 밝혔다. 인수대금은 2,520억원이다. 사조그룹은 푸디스트 인수로 기존 농산(밀, 콩, 옥수수 등)과 수산(참치, 명태, 오징어 등), 축산(돼지, 닭, 오리), 식품 제조에 이어 식자재·급식까지 아우르는 식품 산업 전반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완성하게 됐다.

앞으로 사조그룹은 푸디스트가 보유한 전국 6개 권역 물류센터 및 13개 식자재왕마트 등을 통해 기존 식품 제조업과의 시너지 효과 창출에 나설 전망이다. 그룹 관계자는 “식자재 공급과 구매는 물론 그룹 전반의 제품 포트폴리오와 브랜드 전략도 다양하게 세울 수 있게 됐다”며 “소스, 가공식품, 식품 소재 등 그간 구축한 제조 역량과 연구개발 능력이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조그룹은 올 들어 사조CPK를 3,84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다시 푸디스트라는 ‘대어’ 인수에 성공하면서 ‘M&A 강자’의 면모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 사조그룹은 2004년 신동방(현 사조해표), 2006년 대림수산(사조대림), 2007년 오양수산(사조오양), 2010년 남부햄(사조남부햄), 2016년 동아원·한국제분(사조동아원) 등을 잇달아 사들이며 덩치를 키워왔다.

이번 푸디스트 인수는 이례적으로 매각 측인 VIG파트너스가 공개입찰에 들어가기 전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사조그룹이 푸디스트 인수에 대한 진정성과 의지를 그만큼 강하게 표명했던 것”이라며 “그동안 보여준 뛰어난 M&A 수행 능력도 고려된 것 같다”고 전했다.

사조그룹의 푸디스트 인수로 식품업계 구도에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식품업계 그룹 매출 순위(운송기업 제외)는 CJ-동원-대상-사조 순이었다. 당시 3위인 대상그룹(5조2,594억원)과 4위 사조그룹(4조1,295억원) 간 격차는 1조원이 넘었다. 하지만 올해 사조그룹이 작년 매출 4,244억원을 기록한 사조CPK와 1조원을 넘긴 푸디스트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사조그룹의 매출이 순식간에 1조5,000억원가량 불어난 것이다. 각 기업이 지난해 수준 매출을 올린다고 가정할 경우 사조그룹 매출은 5조5,000여억원으로 대상그룹을 제치고 식품업계 3위로 올라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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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스트 이천물류센터/사진=푸디스트

푸디스트, 온라인 식자재 플랫폼으로 각광

이번에 사조가 인수한 푸디스트는 국내 6위 식자재·위탁급식업체다. 원래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식자재유통·단체급식 사업 부문이었다가 2020년 한화그룹이 VIG파트너스에 약 1,000억원에 매각하면서 독립했다. 매각 첫해인 2020년 푸디스트는 매출 4,545억원, 영업손실 125억원을 냈다. 2021년에는 매출이 6,495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늘었고, 영업손실은 56억원으로 적자 폭을 줄였다. 이후 푸디스트는 2021년 2월 VIG파트너스가 투자한 식자재 유통 기업 윈플러스와 합병했다.

푸디스트는 통합법인 출범 후 양사의 장점을 결합한 시너지 효과를 추구했다. 2021년 식음사업자 대상의 온라인 식자재플랫폼 ‘e왕마트’를 구축한 데 이어 이듬해에 새벽배송 서비스 ‘굿모닝배송’을 론칭했다. 굿모닝배송은 직영매장 ‘식자재왕도매마트’, 이천에 위치한 온라인 광역센터 ‘RFC(Regional Fulfillment Center)’를 통해 수도권 전역에 서비스하고 있다.

식자재 전문 브랜드인 ‘식자재왕’은 자체 상품으로 시작했다가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아 타 식자재마트와 e커머스 채널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합병 이후에는 중대형 식당 및 급식사업장 대상의 거래까지 증가했고 최근 들어서는 확장브랜드인 ‘식자재왕 플러스’, ‘식자재왕 온’을 론칭하고 상품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경쟁사 대비 저조한 푸디스트 수익성, 업계 반응 “의외”

VIG파트너트는 이번 푸디스트 매각을 통해 적잖은 이득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VIG파트너스가 2021년 809억원의 배당금(중간+결산)으로 투자금을 일부 회수했던 데다 매각 대금도 시장의 기대치를 상회하면서다. VIG파트너스가 총 2,100억원(윈플러스 인수대금(700억원)+양사 유상증자(1,400억원))의 투자금을 썼던 점을 고려하면 약 1,200억원의 차익을 남긴 셈이다.

다만 시장에선 사조그룹이 경쟁사 대비 수익성이 낮은 푸디스트를 매입한 것에 대해서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푸디스트의 지난해 개별기준 영업이익률은 1.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4대 단체급식·식자재사인 △삼성웰스토리 4.8% △아워홈 4.6% △CJ프레시웨이 3.6% △현대그린푸드 3.5%(3월~12월)와 1.9%포인트~3.2%포인트가량 차이다. 또한 작년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도 푸디스트는 342억원으로 4개사 평균(1,428억원) 대비 24%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푸디스트 직영 오프라인 매장인 원플러스마트도 손손실을 내며 수익성 악화를 견인하고 있다. 원플러스마트 등 자회사 5개법인의 매출액은 △2021년 2,086억원 △2022년 2,292억원 △2023년 2,339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순손실은 50억원→72억원→94억원 순으로 되려 확대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푸디스트의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책정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푸디스트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75억원, 31억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동종업계 상장사인 CJ프레시웨이, 현대그린푸드의 PER(각 4.72배, 7.63배)를 적용한 몸값이 각각 144억원, 233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10배가 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