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매각 악몽에도 공모채 재도전 나선 효성화학, 개인투자자 투심으로 ‘자금 공백’ 메우나

효성화학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 1.5년물 500억원 규모
기업 정상화 '사활', 특수가스사업부 경영권 매각으로 입장 확고히 하기도
공모채 흥행 불확실성 높지만, 경영 리스크 해소 등에 낙관적 전망 확산
hyosung chemical corporate bond FE 20240625

효성화학이 미매각 사태를 겪은 지 3개월 만에 다시 회사채(공모채) 발행에 나섰다. 개인 투자자들을 겨냥해 자금 조달을 이루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수가스사업부 매각 방향성을 선회하면서 발생한 자금 공백을 공모채로 메우겠단 것이다. 공모채 발행이 흥행에 성공하면 자금 공백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불안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리스크가 가시화한 데다 상대적으로 금리도 낮아진 효성화학에 투심이 몰릴지 불확실하단 이유에서다.

효성화학, 3개월 만에 공모채 재도전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이날 1.5년물 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에 나섰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하겠단 계획이다. 효성화학은 이번 공모채 발행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만기도래 채무 상환에 사용할 방침이다. 25일 200억원 규모 전자단기사채 만기 및 올해 9월 돌아오는 300억원 규모 CP 만기 일정에 시간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효성화학이 공모채 발행에 나선 건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3월 효성화학은 1.5년물 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엔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하면서 주관사가 전량 미매각을 떠안았다. 그런데도 효성화학이 다시 공모채 시장을 찾은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고금리 채권에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효성화학 공모채는 수요예측 당시 기관투자자로부터는 외면받았지만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불티나게 팔렸다. 7.5% 수준의 금리 덕분에 개인투자자의 수요가 몰렸단 평가다.

특수가스사업부 매각 지연에 자금 공백 위기 확산

기업 정상화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로 공모채 발행을 선택했단 의견도 있다. 최근 효성화학은 기업 정상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앞서 지난 21일 효성화학의 베트남 법인 효성비나케미칼이 효성화학을 대상으로 552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한 것도 그 일환이다. 효성비나케미칼은 지난 2022년과 지난해 모두 영업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효성화학에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효성화학 측도 거듭 대규모 출자 및 채무 보증 등으로 베트남 법인의 정상화에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만큼 자금을 쏟고 있단 의미다.

특수가스사업부 매각 작업도 기업 정상화를 위한 포석이다. 앞서 지난 4월 효성화학 측은 특수가스사업부 소수 지분(49%)을 인수할 숏리스트를 구성했다. 소수지분 매각에 앞서 해당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자회사로 분리하고 지분 일부를 매각한다는 방침이었다. 다만 이달 초 일부 운용사들이 소수 지분이 아닌 경영권 인수 의향을 밝히자 효성화학 측도 경영권 지분 매각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재무구조 개선이 절실한 효성그룹 입장에선 경영권 매각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효성화학의 자금 부담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말 기준 효성화학의 순차입금은 2조4,000억원에 달한다. 2018년 말 약 9,000억원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불과 6년 만에 3배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부채총계(3조537억원)와 자본총계(619억원)를 감안하면 부채비율 역시 5,000%에 육박한다. 단기간 재무건전성 제고가 시급한 효성그룹으로선 경영권 매각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문제는 경영권 매각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예정돼 있던 매각 일정이 다소 밀렸단 점이다. 당초 효성화학은 6월 내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었으나, 경영권 매각을 중심으로 원점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하면서 구체적인 일정을 예견하기 어려워졌다. 업계는 실사를 포함한 전반적인 매각 일정이 올해 하반기까지 늦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보다 지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으로 자금을 충당하려던 효성화학의 계획이 미뤄지면서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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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여전하지만, 일각선 낙관적 의견도

이번 공모채 발행이 성황리에 마무리되면 자금 공백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불안의 목소리가 나온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심이 효성화학에 몰릴지 확신할 수 없단 이유에서다. 이번 발행에서 효성화학은 시장친화적이지 않은 금리조건을 제시했다. 효성화학은 이번 공모채 발행을 위한 희망금리밴드로 개별민평금리에 ±80bp(1bp=0.01% 포인트)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다.

만약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할 경우 개인투자자가 구매할 채권의 금리는 단순 계산 시 6.85% 수준이다. 직전 발행 7.5% 대비 65bp 낮은 금리 수준인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3개월 전 개인 투자자들의 투심이 뜨거웠던 건 고금리 채권이었던 영향이 크다”며 “금리가 낮아진 이번 발행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효성화학의 기대에 응해줄지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신용등급 하락도 타격이 크다. 앞서 지난 4월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나란히 하향조정했다. 한신평은 “재무부담이 과중한 수준으로, 더딘 수익성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설명했고, 나신평은 낮은 잉여 현금흐름 수준을 감안할 때 재무구조 개선에는 상당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강등 이유를 전했다. 재무부담 위기의 실체가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가시화하면서 효성화학의 크레딧 리스크가 높아졌단 평가가 시장을 중심으로 쏟아졌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공모채 흥행 전망에 낙관적인 의견을 견지하는 이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경영권을 포함한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이 마무리되면 기업 승계 등 경영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다시 타오를 수 있단 시선에서다. 기업의 ‘주인’이 바뀌면 신뢰도 제고 차원에서라도 채권 수익을 보장하리란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