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본격 출범 앞두고 일부 증권사 불참 선언

미래·한투 등 대형사 적극적이지만 메리츠·신영은 먼 산
"12시간 너무 길다" 단타족들 불만 고조, 변동성 우려도
NYSE는 올빼미 개미들 위해 '24시간 거래' 검토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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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운영 모식도/출처=금융위원회

내년 3월부터 저녁 8시까지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또 하나의 시장이 열리면서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지만, 일부 증권사는 시장 수요가 크지 않다고 보고 불참키로 했다. 넥스트레이드에 참여해 시장에서 주문을 내려면 증권사 내부 시스템과 넥스트레이드를 전산으로 연결해야 하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이 적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리츠·신영 등 넥스트레이드에 불참 의사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2의 한국거래소로 야간 주식 거래가 가능한 넥스트레이드에 참여 의사를 밝힌 증권사는 NH투자·KB·미래에셋·삼성·신한투자·키움·한국투자증권을 포함해 23개사다. 주요 증권사 중에선 메리츠증권과 신영증권이 이 라인업에서 빠졌다.

메리츠증권과 신영증권이 넥스트레이드에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해당 시장에서 주문을 내기 위해서는 넥스트레이드와 증권사 내부 시스템을 전산으로 연결해야 하는데 여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한 시장이 2개 생기는 만큼 증권사는 ‘최선집행의무’ 즉, 투자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거래를 집행해야 하는 책임이 생기는데 여기도 돈이 든다. 넥스트레이드 또는 코스콤이 개발한 자동주문전송시스템(SOR)을 매입해야 해서다. SOR이란 두 시장의 가격을 자동으로 비교해 주문을 집행하는 시스템이다. 투자자가 매수 주문을 내면 두 시장 중에서 1원이라도 저렴한 주식이 있는 곳에서 거래를 체결할 의무가 있는 증권사엔 필수적이다.

만일 넥스트레이드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지 않으면 시스템 구축 비용을 아낀 메리츠증권·신영증권은 웃을 수 있지만, 반대로 ‘대박’이 나면 넥스트레이드에 진입한 증권사들이 승기를 쥐게 된다. 전체 거래에서 넥스트레이드의 비중이 많아지면 메리츠증권과 신영증권도 이 시장을 무시할 수 없어 후발 주자로라도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현행 법상 ATS는 전체 거래량의 30%까지 차지할 수 있는데, 현재 넥스트레이드 내부적으론 3년 내 점유율 10%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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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사진=넥스트레이드

12시간 주식 거래’에 개미 민심 냉랭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와 동일한 기능을 하는 대체거래소(ATS)의 준비법인으로, 그간 주식 시장의 운영은 한국거래소가 독점해 왔으나 신규 사업자인 넥스트레이드는 ‘영업시간 확대’라는 카드로 맞서고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기존 주식 거래 시간인 오전 9시~오후 3시 30분을 오전 8시~오후 8시로 늘렸는데, 증권사가 넥스트레이드에 참여한다는 건 오후 8시까지 주식 거래를 중개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당국과 넥스트레이드는 직장인도 퇴근 후 편하게 주식투자를 할 수 있게 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했지만 투자자들 민심은 의외로 냉랭하다. ‘샀다 팔았다’하며 높은 회전율로 승부를 보는 단타족들은 시장 대응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테마주와 저가주 중심의 ‘데이트레이딩'(당일 매매) 전략을 펴는 이들이 많은 만큼 피로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각종 주식 투자자 커뮤니티에서 이를 주제로 올라온 글에서도 비관론이 압도적이다. 한 데이트레이딩 전문 투자자는 “지금도 피곤한데 굳이 시간을 늘려야 하는가”라며 “주식시장도 코인판처럼 되겠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투자자 역시 “시간이 늘어진다고 주식 거래가 더 활성화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지 않냐”며 “국내 주식을 발목잡는 이유들을 해소해 줘야지 시간만 늘리는 조치는 큰 의미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들뿐 아니라 금융투자 업계에서도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적 등 주가와 직결되는 공시가 나오자마자 주식시장에 반영되다보면, 그 숫자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제대로 해석할 시간이 부족해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거래량이 낮은 증권상품을 악용하는 사례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넥스트레이드는 법을 개정해 거래 수요가 큰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의 매매도 허용할 예정이다. 개별 주식들은 유동성이 풍부한 중대형주들로 거래가 제한된 반면, ETF와 ETN은 현재로선 전 종목이 매매 대상이다. 거래량이 한두 주 수준으로 극미한 상품의 경우 연기금·공제회 등이 사고 팔기만 해도 주가에 큰 변동성을 줄 수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24시간 거래’ 검토

한편 세계 최대 주식 시장인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24시간 연중무휴 거래’ 검토에 들어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NYSE 데이터 분석팀은 최근 시장 참여자를 대상으로 24시간 주식거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분석팀은 △24시간 거래가 주말에도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가격 변동으로부터 투자자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야간에는 인력을 어떻게 배치할지 등을 물었다. 현재 NYSE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린다. 한국 시간으로는 오후 10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다.

NYSE가 24시간 거래 검토에 나선 것은 밤새 주식투자를 하는 올빼미 개인투자자들이 늘면서다. 그간 기관투자자들은 유동성이 적고 결제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야간 거래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야간 거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미 미국 국채, 주요 통화, 주요 주가지수 선물 등은 주말을 제외하고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현재 로빈후드, 인터랙티브브로커 등 소매 브로커들은 주식을 장외에서 익명으로 매매하는 ‘다크 풀’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거래소가 직접 심야 거래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안전·보안 검사를 받고 규칙 변경 승인을 얻어내야 한다. 헤지펀드 거물 스티브 코헨이 후원하는 스타트업 ’24익스체인지’는 SEC에 24시간 거래소 출범을 위한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지난해 첫 신청은 운영 및 기술 문제로 기각됐다. FT는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증권당국이 24시간 거래 관련 문제를 검토하는 회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