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2030년엔 석유 초과 공급으로 남아돌 것 전망

국제에너지기구(IEA) "10년 안에 석유 초과 공급 나타난다"
OPEC+의 유가 조절 능력도 줄어들 것으로 추정
중국·인도 등 아시아 수요 덕에 20년간 유가 상승세였으나 곧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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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2030년까지 석유 수요 추이 및 전망/출처=IEA의 Oil 2024 보고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6년 뒤인 2030년부터 석유가 심각하게 남아돌 것이라는 경고를 담은 보고서를 냈다. 전기차 확대 등 청정에너지 전환이 가속화하며 석유의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기술 발달로 공급은 급증해 시장에 과잉공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30년부터 전 세계 석유 수요 감소세로 전환

1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IEA는 최근 내놓은 연례 보고서를 통해 2030년에 전 세계 석유산업이 하루 800만 배럴이 넘는 초과 생산 능력으로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 위기로 인해 각국은 석유 소비를 줄이며 대체 에너지원을 찾고 있지만, 석유업체들은 생산을 확대하고 있어 머지 않은 시기에 석유시장이 심각한 초과공급 상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이 오면 석유수출국기구 OPEC과 산유국 연대체인 OPEC플러스(OPEC+)의 유가 조절 능력도 훼손될 것이라는 게 IEA의 시각이다.

IEA에 따르면 전 세계 석유 수요 증가율은 2029년에 정점을 찍고 이후부터 감소하기 시작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대체 에너지 및 청정에너지 생산이 가속화되면서 2030년의 석유 수요는 하루 1억540만 배럴이 될 것으로 계산했다. 이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발표한 석유 수요 정점 시기에서 1년 앞당겨진 것이다.

수요는 줄어드는 데 반해 석유 생산 능력 증가는 2030년까지 이어져 하루 1억1,380만 배럴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금도 생산량 증가를 위해 투자를 쏟아붓고 있는 미국 및 다른 생산기업들의 사정을 감안한 추정치다. 또한 이는 예상되는 세계 석유 수요보다 하루 800만 배럴을 초과하는 수치다. 이로 인해 2020년 코로나-19로 전 세계 공장들이 문을 닫았던 때를 제외하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수준의 석유 과잉이 생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IEA는 2023년까지 석유 수요의 증가는 아시아 경제, 특히 인도와 중국에서의 강한 수요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이어갔다. 아시아 지역의 수요 덕분에 글로벌 석유 수요는 2030년까지 하루 320만 배럴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전기차의 판매 증가 및 연비 개선, 기후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로 인해 IEA는 결국 전 세계가 유가 하락의 시대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석유 과다 공급으로 가격 인상이 제한되는, 이른바 ‘대규모 완충장치’가 생기게 되고 OPEC+ 등의 조정기관도 조정의 의미를 잃게 되면서 유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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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2030년까지 석유 수요 추이 및 전망/출처=IEA의 Oil 2024 보고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화석연료 점유율 점차 하락세

OPEC과 OPEC+의 시장 점유율은 자발적인 생산량 감축으로 올해 48.5%로 떨어졌고, 이는 OPEC+가 2016년 결성된 이래 가장 낮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에서 화석연료 점유율도 수십 년 동안 약 80%로 유지돼 왔지만, 2030년까지는 이 비율이 약 73%로 떨어질 전망이다.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청정에너지로 전환이 진전되고 중국 경제 구조가 바뀌면서 석유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어 공급과잉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IEA는 최근 전 세계 석유 생산 능력이 코로나 팬데믹 당시를 제외하면 사상 최대 수준이며,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팬데믹 발발 당시 세계 경제가 봉쇄되면서 석유 수요가 위축돼 유가가 한때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미국 유가의 경우 배럴당 마이너스-30달러 수준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IEA는 단기적으로 올해와 내년의 세계 수요 증가 예측치도 축소했다. 올해 석유 수요 증가분 예측치는 이전 추정치인 하루 110만 배럴에서 96만 배럴로 낮췄다. 앞서 IE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약한 수요를 근거로 지난 3월 세계 수요도 소폭 축소한 바 있다.

내년도 증가분도 이전의 하루 120만 배럴에서 하루 100만 배럴로 낮췄다. 이에 따라 하루 평균 총수요는 올해 1억320만 배럴, 내년에는 1억420만 배럴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반해 총공급량은 올해는 1억290만 배럴, 내년에는 1억470만 배럴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이전 추정치인 각각 1억270만 배럴, 1억450만 배럴보다 조금 증가한 수치다.

OPEC·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낙관적인 전망 내놔

다만 IEA의 단기 전망은 OPEC이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예측과는 대비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OPEC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석유 수요가 올해 하루 220만 배럴, 내년에는 18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는 등 종전 전망치를 유지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석유 수요가 평균 230만 배럴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OPEC은 제트유와 휘발유가 OECD 국가의 여름 여행 시즌 수요의 주요 동인이 되고, OECD 회원국을 제외하면 중국이 항공 여행 회복과 제조업 부문의 개선에 힘입어 수요 증가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유가 하락에 대해서는 “투기적 매도,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시장심리에 부담을 준 경제 지표 혼조 때문”이라며 “한 달 내내 투기적 매도로 유가가 하락하고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EIA도 같은 날 발간한 월간 단기 에너지 전망에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에 대해 이미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던 기존 전망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2030년 이후 전망이 상반되는 것에 대해 석유 업계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및 인도를 포함한 신흥경제국들의 경제 성장 및 에너지 수요에 대한 전망이 엇갈렸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최근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에너지 시장 상황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 추세적인 흐름은 석유 수요 감소로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 전망은 정치적인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