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 시중은행’ 선언한 대구은행, 7,000억원 수혈로 체급차 극복될까

기존 시중은행과 경쟁 위해선 자본 확충 선행돼야
DGB 자본여력으로는 한계, 유증 통해 7천억원 수혈
업계 "삼성이 증자 참여해도 큰 도움은 안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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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받으면서 ‘전국구’ 기업대출 경쟁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업계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과 맞붙기 위해서는 조달 경쟁력을 먼저 갖춰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대출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금리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DGB금융의 현재 보통주자본(CET1) 비율과 이중레버리지비율을 고려할 때 출자를 대폭 늘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닌 만큼 단기간 내 경쟁력을 확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 시중 은행과 6배 체급 차이

지난 16일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받은 대구은행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한국씨티은행에 이은 7번째 시중은행으로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의결에 대해 “새롭게 진출하는 영업구역 중심으로 은행 간 경쟁이 촉진되고 이에 따른 소비자 후생 증가를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은행권의 단기 경쟁구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기존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자본·자산 규모가 작은 데다, 대출여력도 기존 시중은행과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구은행의 올 1분기 기준 총자산 규모는 79조6,291억원으로 5대 은행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이다. 대구은행이 현재 사이즈에서 아무리 대출자산을 늘리고, 공격적으로 운영한다 해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제한적인 까닭에 시중은행과의 대등한 경쟁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대출 여력도 녹록지 않다. 대구은행의 1분기 자기자본은 4조8,741억원으로 기존 시중은행 규모가 27조~40조원임을 고려하면 체급차가 상당하다.

유증으로 7천억원 조달한다지만

이에 대구은행은 향후 5년간 유상증자를 통해 총 7,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다. 대구은행 발표에 따르면 DGB금융이 전액 출자하는 방식으로, 자금 조달을 위해 신종자본증권·회사채 발행 등에 나설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신종자본증권 4,000억원 △회사채 2,000억원 △유보이익 1,000억원 등이다.

자본 확충 규모는 대구은행의 자산성장률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DGB금융은 2024년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시중은행 전환 이후 원화대출금 성장 목표를 연 7~8%로 제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원화대출금은 54조791억원으로, 연 7% 성장을 가정하면 5년 후인 2028년 말 원화대출금은 75조8,48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말 기준 대구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은 원화대출금의 58% 수준이다. 이 비중이 5년 뒤에도 유지된다면 예상 RWA 규모는 43조2,064억원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이 자본확충 규모로 7,000억원을 정한 이유는 보통주자본 비율을 13% 내외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대구은행이 7,000억원을 확충하면 보통주자본은 4조3,095억원(2023년말 기준)에서 5조95억원이 된다. 2019년 이후 2023년까지 최근 5년간 대구은행의 연간 이익잉여금이 평균 약 1,500억원 이상 증가했는데, 앞으로 5년간 이익잉여금 증가폭이 과거 수준을 유지한다면 5년 뒤 은행의 보통주자본은 5조7,500억원을 상회하게 된다. 이에 따른 보통주자본 비율도 충분히 13%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DGB금융은 서두르지 않고 매년 1,000억~2,000억원씩 자본을 확충해 2028년까지 대구은행에 7,000억원을 수혈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10일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한 것도 은행 출자 목적이다. 나머지 3,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순차적으로 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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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사진=대구은행

최소 1조원 이상 확충해야

그러나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자본력을 키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혈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미 DGB금융의 보통주자본 비율이 11.07%로 낮은 상태인 데다, 이중레버리지비율도 121%로 높아 출자 여력도 넉넉치 못한 만큼 DGB금융 자체의 유상증자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은 기업금융전문가(PRM)를 집중적으로 채용해 기업금융 중심의 전략을 세웠지만 이조차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기준 대구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35조1,220억원에 그친다. 170조원이 넘는 4대 은행과는 5배 이상의 격차로 틈새를 뚫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은행 한 관계자는 “우량기업은 이미 시중은행이 가져갔고, 나머지는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커 수익은 나지 않고 관리 비용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여력도 한계가 있다. 지난해 말 대구은행의 자기자본은 4조6,720억원으로 국민(36조6,152억원), 신한(31조569억원), 하나(30조4,179억원), 우리(25조968억원)와 비교해 턱 없이 저조하다. 심지어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6조2,348억원)보다도 낮다.

케이뱅크가 자본 부족으로 대출을 1년 넘게 중단했던 사례가 있을 정도로 자본력은 대출 여력의 지표로 통한다. 이에 은행권에선 대구은행이 최소 1조원 이상의 자본을 확충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이번 증자에 일부 참여한다고 하지만 4%를 넘길 수 없는 만큼 큰 도움은 안 될 것으로 점쳐진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대구은행에만 위험가중자산 가중치를 적게 적용하는 등의 특례를 주지 않는 이상 자본력의 격차가 커 대출 성장에 분명한 한계를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