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 ‘초저가 공세’ 맞서 쿠팡 등 국내 유통업체 총력전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천원마트'에 맞서 '천원마켓' 론칭
오프라인 강자 다이소도 온라인몰·자체배송 시스템 강화
알리, 올해 안에 축구장 25개 규모의 물류센터 구축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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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지난해 사상 첫 흑자를 달성하며 1위 자리를 공고히 한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으로 대표되는 C커머스의 초저가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최근 테무가 한국법인을 출범한 데 이어 알리익스프레스가 연내 통합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함에 따라 쿠팡 등 국내 기업과 C커머스 간의 전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 중국 현지 셀러 확보해 초저가 상품 유통한다

쿠팡은 지난 1일부터 1000원~3000원대 저가형 상품을 모아 판매하는 ‘천원마켓’ 기획전을 열었다. 로켓배송이 가능한 상품을 중심으로 물티슈, 세제 등 생필품부터 충전기, 주방용품 등 생활 잡화까지 알리익스프레스의 ‘천원마트’와 유사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이커머스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중국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의 저가 공세에 맞서기 위한 전략을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이 조만간 초저가 시장을 모두 점령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쿠팡은 지난 2021년부터 중국 셀러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 왔다. 현재 로켓직구부터 로켓배송까지 곳곳에 중국 셀러가 포진해 있으며, 지난달에는 중국 핀테크 업체 ‘롄롄’과 업무 협약을 체결해 쿠팡에 입점한 중국 셀러를 대상으로 한국에서의 빠른 정산·결제가 가능한 월렛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론칭을 기념한 프로모션으로 행사기간 중 롄롄의 월렛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국 셀러를 대상으로 20만 위안 무료 출금 혜택을 제공하고 신규 입점하는 중국 셀러에게도 6개월간 무료 인출 혜택을 지원할 계획이다.

해외 판매자를 겨냥한 쿠팡글로벌풀필먼트서비스(CGF)는 글로벌 셀러 확보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CGF는 로켓배송·로켓그로스와 같이 쿠팡이 상품의 입고·보관·배송·고객서비스(CS) 등 물류 전 과정을 책임지는 서비스로 해당 플랜을 이용하는 판매자의 상품은 로켓직구로 판매된다. 중국 셀러부터 한국의 소비자까지 이르는 물류 전반을 쿠팡이 대행하는 시스템으로 쿠팡은 올해 2월부터 CGF 제품에 대한 묶음 판매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CGF에 입점한 중국 셀러들은 묶음 판매 기능을 사용해 쿠팡 마켓플레이스 내에서 다양한 판매 전략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쿠팡은 중국 현지 셀러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의 주요 도시를 돌며 로켓그로스 입점을 위한 순회 설명회를 열고 있다. 초저가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 셀러의 저렴한 제품을 한국 로켓그로스 창고에 채워두고 국내 판매를 지원하겠다는 목표다. 이른바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로 불리는 ‘C커머스’에 대응해 회사의 강점으로 꼽히는 배송 역량을 극대화하고, 가격적인 약점은 중국 현지 셀러 확보와 국내 저가형 상품을 통해 방어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커머스 시장 뛰어든 다이소, 뷰티 부문 신규 브랜드 입점 등 고객경험 극대화

초저가 시장의 오프라인 강자 다이소도 이커머스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다이소몰과 샵다이소를 ‘다이소몰’로 통합 개편하고 한진택배와 협력해 ‘익일 택배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평일 오후 2시까지 다이소몰에서 주문한 상품을 다음 날까지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이와 함께 매장 재고와 신상품 확인 등 온라인 전용 서비스도 확대하고 멤버십 QR코드 등 UI(사용자 환경)를 개선했다. 아울러 물류센터도 증설한다. 현재 온라인 배송 거점은 안성 물류센터 한 곳이지만 추후 세종시 등에 물류센터를 신규 설립해 이커머스 사업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고객층 확대를 위해 오프라인 매장 확대, 가성비 중심의 균일가 정책, 신규 브랜드 입점 등 기존의 마케팅 전략도 유지·강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다이소의 총 임직원 수는 1만2,349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최대 고용 인원 1만2,225명을 넘어섰다. 점포 수가 꾸준히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다이소 매장도 2020년 1,339개에서 2023년 1,519개로 13.4% 증가했다. 또 C커머스와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생활·뷰티용품 등 매출을 견인할 수 있는 신규 브랜드 입점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수출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다이소는 해외 현지 매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B2B 형태로 수출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인바운드 관광객을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직접 수출까지 타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엔데믹 이후 다이소의 외국인 매출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이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매장의 해외카드 결제액은 전년 대비 300%의 성장을 보였다. 2023년에도 130% 증가했다. 특히 외국인이 많이 찾는 명동 본점과 명동역의 경우 해외카드 결제액 비중이 각각 30%, 50%에 이른다.

C커머스, 모기업의 막강한 자본력 앞세워 한국 시장 진출

이런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C커머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3월 알리익스프레스는 1,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고 테무도 지난해 한국 진출을 본격화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2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의 앱 사용자는 818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종합몰 앱 순위에서는 1위 쿠팡에 이어 알리익스프레스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토종 브랜드 11번가와 G마켓이 각각 3위와 4위를 기록한 가운데 테무가 4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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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커머스의 공통점은 초저가 전략이다. 초저가 전략이 가능한 배경에는 고객와 제조사를 직접 연결해 중간 유통과정을 최소화하는 DTC(Direct to Consumer) 시스템이 있다. 여기에 오픈마켓 형식으로 수많은 셀러가 입점해 경쟁함으로써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 시장의 특성상 저렴한 노동력과 막강한 제조업 역량을 기반으로 많은 수의 셀러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예전에는 중국 공산품을 한국의 유통업자가 가져와 오픈마켓에서 이윤을 두고 판매했지만 이제는 한국 셀러들이 C커머스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C커머스의 한국시장 진출에는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마련돼 있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은 한국 시장에 향후 3년간 11억 달러(1조 5,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고 한국에 통합물류센터 구축을 공식화했다. 올해 완공 예정인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물류센터는 면적 18만㎡로 쿠팡이 최대 물류센터인 대구 물류센터의 절반 규모다. 인재 영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앞서 국내 유통업계 경력 직원들을 대거 영입한 데 이어 홍보, MD, AD, 마케팅, B2B 거래 등을 담당할 유통인력을 전방위적으로 채용 중이다.

그동안 일부 해외업체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최강자인 쿠팡과 네이버의 점유율이 굳건한 상황에서 크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C커머스의 공세는 모기업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이전의 사례와는 차별화된다. 알리바바그룹의 시총은 240조원에 이르며 테무의 모기업 핀둬둬의 시총도 260조원에 달한다. 이에 반해 미국에 상장한 쿠팡의 시총은 38조원 수준으로 자본력에서 이미 큰 격차가 있다.

또한 국내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기업 경영정보가 공시되는 국내 기업과 달리 C커머스 기업들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어서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통제를 피해 신비주의를 강화하면서 국내 업체는 복마전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C커머스 기업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을 재편할 가능성도 있다. 점유율 상위기업이 매물로 나온 하위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방식의 구조조정도 가능하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배송 등 시스템 효율화, 물류 개선, 셀러 이탈 방지, 고객 확보 등을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