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도 ‘4월 위기설’? 무너지는 건설업계에 막연한 위기감 확산하나

건설업계 위기감 '증폭', 건전성 위기에 힘 실리는 '4월 위기설'
업계선 회의적 의견, "확산된 명단부터 사실 아냐"
정부도 위기관리 나섰지만 영향력은 '미지수', "불안감 퍼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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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건설사들이 대거 법정관리에 돌입한단 설이 나돌고 있다. 건설업계를 둘러싼 위기가 갈수록 커지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단 방증이다. 이 같은 위기설이 등판한 건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여파 우려로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커진 탓이다. 이에 정부는 PF 건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위기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미국이 금리를 내리기 전까지 본질적인 상황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건설업계 ‘4월 위기설’ 확산

13일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시장에선 오는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건설 업체 17곳 명단이 속칭 ‘찌라시’로 돌고 있다. 명단엔 제법 이름이 알려진 중견 건설사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명단은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로 인한 부동산 PF 부실 파장이 업계 전반으로 퍼진 가운데 제2의 태영건설이 될 유력 건설사들을 추측해 이름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명단을 확인한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해당 명단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고, 이름이 거론된 일부 건설사 관계자들도 “회사가 재무적으로 유동 위기를 겪을 만큼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거듭 반박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현재 주택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 ‘4월 위기설’이 완전히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닐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해 주택시장 침체로 주요 건설사들의 실적이 일괄적으로 하락했던 가운데 올해 실적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분석이기 때문이다. 이는 실적의 판세를 가늠할 수 있는 지난해 착공 및 분양 물량 규모가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든 영향이 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수급 차질 문제로 원자잿값이 고공행진한 탓도 있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이 밝힌 부동산 PF 정리 로드맵도 ‘4월 위기설’에 힘을 싣는다. PF 정리 로드맵에는 정부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된 PF 사업장을 경·공매로 넘길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PF 대출보증을 선 건설사는 손실이 현실화해 유동성 압박을 받을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이는데, 공교롭게도 금융당국의 PF 정리 로드맵은 총선이 마무리되는 4월 직후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글쎄’, “결국 찌라시 수준에 머물 것”

물론 4월 위기설에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 지난해부터 4월 위기설, 9월 위기설 등 각종 월별 위기설이 쏟아져 나왔지만 실제 큰 사건이 벌어진 적은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위기설도 찌라시 수준에 머물 것이란 평가가 업계 주류 의견으로 자리 잡은 이유다. 다만 위기설에 회의적인 업계도 막연한 불안감은 쉬이 지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경기 전망 자체가 악화되고 있음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성장률 전망도 비관적이다. 지난해 12월 기업의 기획·전략·재무 임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2024년 성장률 전망치’를 묻는 질문에 10곳 중 8곳이 “1%대 성장에 머물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 같은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은행(2.2%) 국제통화기금(IMF·2.2%) 한국개발연구원(KDI·2.3%) 등의 예상치를 확실히 밑도는 수치다. 세부적으로 보면 ‘1.0% 이상~1.5% 미만’과 ‘1.5% 이상~2% 미만’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각각 4곳으로 조사됐으며, ‘2.0% 이상~2.5% 미만’으로 답한 기업은 2곳에 불과했다. 경기 불안감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업계의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건설사들도 속속 현금 마련에 나서는 추세다. 지난달 회사채 발행에 나선 주요 건설사들은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 롯데건설 등이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2일 회사채 1,600억원 목표에 6,850억원 주문을 받았다. 롯데건설은 같은 달 31일 회사채 2,000억원 수요예측 진행 결과 3,440억원이 모였다. 주택 시장 침체에도 회사채 발행이 흥행했다는 평가지만, 이는 대형 건설사들에만 국한된 얘기라는 분석이 따른다. 대형사들은 해외 및 환경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흥행이 가능했지만 일반 건설사들은 오로지 주택사업에만 몰두해 자금조달 여건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중견 건설사들이 회사채 수요를 끌어들일 만한 별다른 장점이 없는 만큼 수요예측에서 좋은 결과를 받지 못하면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정부 차원에서 PF 건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하는 등 건설업계의 위기 진화에 팔을 걷고 있긴 하나, 정부의 노력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막역한 위기설이 확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