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부터 BYD까지 노린다? 글로벌 ‘리튬 공급망’ 확보 경쟁 점화

브라질 채굴 역량 확보한 시그마리튬, 실적 악화로 매각 고려
테슬라·폭스바겐부터 중국 CATL·비야디까지, 업계의 '입찰 눈치싸움'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안정화에 힘 쏟는 기업들, 승자는 누구일까 
시그마리튬_비야디_전기차_20240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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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리튬 채굴업체 ‘시그마리튬’이 전기차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 기업인 중국 비야디(BYD)가 시그마리튬의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야디 브라질 사업을 총괄하는 알렉산더 발디는 비야디 측이 아나 카브랄 가드너 시그마리튬 최고경영자(CEO)와 △시그마리튬 인수 △공급 계약 △합작투자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자체 공급망 구축에 속도가 붙는 가운데,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 생산사를 둔 인수 경쟁에 불이 붙은 것이다.

리튬 생산 본격화 후 실적 악화, 매각 검토까지

캐나다에 본사를 둔 시그마리튬은 주요 사업을 브라질에서 영위하고 있다. 브라질은 호주, 칠레, 중국, 아르헨티나에 이어 세계 5위 리튬 생산국(2022년 기준)이기 때문이다. 시그마리튬은 브라질 남동부 미나스제라이스주에 위치한 ‘그로타 도 시릴로(Grota do Cirilo)’ 광산 채굴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019년 채굴을 위한 환경 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4월부터는 본격적인 배터리 핵심 원료 ‘수산화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리튬 정광 생산을 시작했다.

시그마리튬은 올해 중반까지 76만6,000톤의 리튬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예상치 대비 63%가량 많은 광물 매장량이 확인되면서 생산 증대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시그마리튬이 생산한 리튬은 각 글로벌 배터리·완성차 기업으로 수출된다. 대표적인 국내 고객사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1년 10월 시그마리튬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지난해 연간 6만 톤을 시작으로 향후 2024~2027년 10만 톤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공급 과잉 우려로 리튬값이 급락, 시그마리튬의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9월 기준 시그마리튬의 순손실은 자그마치 2,550만 캐나다 달러(약 250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1억2,990만 캐나다 달러(약 1,27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실적이 미끄러지며 주가 역시 30% 이상 급락했다. ‘적자’의 늪에 발을 들인 시그마리튬 이사회는 회사 매각을 포함한 전략적 검토를 시작한 상태다.

“시그마리튬 잡아라”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

시장에 본격적으로 매각설이 나돌자, 각국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시그마리튬 쟁탈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을 자체적으로 생산,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초에는 테슬라가 시그마리튬을 30억 달러(약 4조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테슬라 인수설이 보도된 이후 시그마 리튬의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한때 25% 이상 급등했다.

이후 브라질 현지 언론 엑사메는 중국 배터리 업체 CATL, 독일 폭스바겐 등이 시그마리튬 매각 입찰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폭스바겐 측은 “원자재 시장 개척을 위해 전 세계 여러 지역의 많은 파트너들과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시장에 떠도는 소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한 바 있다. 각 사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최근 중국 비야디까지 인수 및 합작투자 의사를 밝히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업계는 비야디를 포함한 중국 업체들이 특히 시그마리튬 인수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의 ‘공급망 압박’이 점차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대(對)중국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유럽 규제 당국은 중국 전기차 업계의 불공정 보조금 지급 여부를 조사하겠다며 시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자국 리튬 업체 지분을 갖고 있던 중국 기업 3곳에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투자 철회를 명령하기도 했다. 공급망 혼란을 막기 위한 각국 기업의 전략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시그마리튬은 과연 누구의 품에 안기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