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개선에 외국인 몰렸다, 코스피 상승세도 견인

공매도 금지 2주차, 외국인 매수세로 코스피 2,500선 회복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에 외국인·기관 몰려, 공매도 금지와 관계성↓
내년 6월 말 재개 예정인 공매도, 정부 제도 개선 본격화

코스피 지수가 2,500선을 회복했다. 4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반도체 대장주를 중심으로 외인 자본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달 초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하고, 그에 따른 하락장이 시작될 것이란 예측이 팽배했지만 실상은 이와 반대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외인 투자 증가에 코스피 상승세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공매도 금지 시행 첫날이던 지난 6일 이후 17일 하루를 제외한 거래일 전부 국내 증시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달 6일부터 21일까지 외국인이 순매수한 금액은 총 3조8,150억원에 달한다. 전날 코스피 종가는 꾸준한 외국인 유입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로 전 거래일(20일) 대비 0.77% 상승한 2,510.42로 집계됐다. 이는 6일의 종가를 처음으로 넘어선 수치다.

외국인 자본을 끌어들인 일등 공신은 반도체 대장주다. 외국인은 지난 6일부터 21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1조5,080억원가량 사들였으며, SK하이닉스도 3,53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7월의 52주 신고가 돌파를 눈앞에 뒀고, SK하이닉스도 지난 16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개선된 반도체 업황, 투자 몰릴 수밖에

외국인들의 반도체주 매수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과 관련이 있다. 지난 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 ‘DDR4 1Gx8 2133MHz’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지난달 1.5달러로 전달인 지난 9월 1.3달러에서 보다 15.38%나 올랐다. 또 다른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Nand Flesh)의 고정 거래가격도 하락세를 끊어내고 반등했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 ‘낸드 128Gb 16Gx8 MLC’의 지난달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3.88달러로 전달인 지난 9월 대비 1.59% 올랐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은 올해 초부터 이어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과 AI 관련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 회복에서 비롯됐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사업 실적이 조기에 개선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하며 반도체 부문 적자 폭을 개선했다고 밝혔으며, SK하이닉스는 출하량 증가와 D램 평균 판매가격 상승으로 인해 3분기 D램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국내 반도체 대기업을 중심으로 외국 자본이 쏠리자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본 유입 여부와 공매도 시행 여부 사이의 관련성이 떨어진단 분석을 내놓고 있다. NH투자증권 김영환 연구원은 21일 보고서를 통해 “공매도 금지가 한동안 외국인의 거래 규모를 줄이는 건 사실이지만 외국 자본이 이러한 규제 때문에 장기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비중을 줄인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외국인 수급은 대외악재 완화 여부와 연동돼 움직이는 부분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제도 개선

이런 가운데 정부는 그간 개인투자자로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을 받아 온 공매도 관련 제도를 개선해 개인과 외국인·기관 등의 주식 차입 조건을 동일하게 할 방침이다. 지난 16일 정부와 여당은 민당정협의회를 열고 ‘공매도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해 발표했다. 먼저 공매도 제도에서 가장 큰 비판을 받았던 대주와 대차 사이 차등이 사라진다. 현재 개인이 주식을 빌릴 때는 90일의 대주 기간 제한을 비롯해, 주식이든 현금이든 대주 가치의 120%를 담보물로 제공해야 한다. 반면 외국인·기관의 대차는 기간 제약이 없고, 현금이 담보일 경우 대차 가치의 105%를, 주식이 담보일 경우 대차 가치의 135%를 담보물로 제공한다. 이에 정부는 대주와 대차의 상환기간을 90일로 통일하고, 담보비율도 105%로 동등하게 맞추기로 했다.

또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한 전산시스템은 공매도 거래를 하는 기관투자자들이 스스로 매도 가능 잔고를 전산 관리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기관투자자는 현물 보유분과 대차 차입분, 기타 매도 가능 권리 등을 전산화해 관리해야 하며, 대차 체결일시, 잔고정보 등에 대한 체계적 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매 영업일 대차잔고 및 무차입 공매도 주문 발생 여부를 점검해 기록해야 한다. 공매도 주문을 대행하는 증권사에도 각 기관이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을 했는지를 확인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적발률을 높이고 처벌도 강화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출범, 현재 공매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글로벌 IB(투자은행)를 전수조사 중이다. 불법 공매도 적발 시 최장 10년 동안 주식 거래를 제한하고, 국내 상장회사와 금융회사의 임원 선임이 제한된다.

공매도 잔고 공시도 강화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발행주식의 0.5% 이상의 공매도 잔고를 가진 투자자들은 한국거래소에 공시해야 하지만, 금융당국에 보고하는 기준은 발행주식의 0.01% 이상이고 평가금액 1억원 이상일 경우, 평가금액 10억원 이상일 경우로 기준이 상이해 투자자들에게 혼동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또 보고와 공시를 별도로 해야 한다는 불편함도 있었다. 이에 금융위는 공매도 잔고 공시 기준을 보고 기준과 동일하게 맞춰 발행주식의 0,01% 또는 10억원 이상 잔고 보유자도 공시하도록 제도를 변경할 방침이다. 아울러 공매도 금지 기간에 시장조성자 또는 유동성공급자의 헷지 목적 차입공매도 거래의 경우도 어떤 목적으로 공매도가 이뤄졌는지를 상세히 보고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는 그간 세부 통계가 제시되지 않는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조속한 시일 내에 공매도 제도 개선 최종안을 확정해 입법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가능하면 최대한 노력해서 내년 6월 말까지 개선된 공매도 제도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도 “다만 제도개선 사항이 충분하지 않으면 공매도 한시 금지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