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인슈어테크 기업들, ‘휴먼 터치’ 결합한 멀티체인이 탈출구 될까

고전 못 면하는 인슈어테크, 혁신적 기술 도입해도 실적은 부진
국내서도 인슈어테크 열풍, 정작 실질적인 성과는 '글쎄'
여전히 전통적 푸시 마케팅이 강세, "보험 시장엔 아직 휴먼 터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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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슈어테크 기업 레모네이드의 광고 화면/사진=레모네이드 홈페이지

디지털, AI, 머신러닝, 비대면 등 혁신적 기술을 보험에 접목한 인슈어테크(보험+기술)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국내 인슈어테크가 ‘이름만 혁신’에 머물고 있단 점도 문제다. 실제 업계에선 국내 인슈어테크사와 디지털 보험사들 다수가 ‘고객 데이터베이스(DB)’ 장사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슈어테크 손실 확대, 레모네이드·위폭스AG도 순손실 기록

19일 미국의 대표적인 인슈어테크 레모네이드에 따르면, 레모네이드는 지난해 총 2억3,690만 달러(약 3,27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월 주주 서한을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마케팅 비용을 2배 이상 늘릴 것”이라고 밝힌 만큼 올해도 순손실이 이어질 전망이다.

독일의 대표 인슈어테크로 꼽히는 위폭스AG는 무너질 위기에 몰렸다. 2022년 3,210만 유로(약 484억원), 지난해 3,580유로(약 54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막대한 적자를 누적했기 때문이다. 이에 위폭스AG의 직원 60여 명이 정리해고됐고, 독일을 비롯해 스위스·이탈리아에서 자동차보험 사업을 철수하는 등 몸집도 줄이고 있다.

국내서도 성과는 미약하기만

레모네이드와 위폭스AG의 공통점은 보험에 AI·디지털을 결합했다는 점이다. 레모네이드는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생명보험 등을 개발해 판매하고 홈페이지에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해 비용을 크게 줄인 바 있다. 위폭스AG의 경우 자체적인 플랫폼을 만들어 설계사와 고객을 비대면으로 연결하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했다. 혁신 기술을 활용해 보험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해 내겠단 포부였지만, 결국 시장에 안착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주된 평가다.

국내에서도 인슈어테크가 연달아 론칭되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기업은 거의 없다. 앞서 지난 4월 삼성화재는 장기보험 상병심사 시스템 ‘장기U’ 특허를 획득한 바 있다. 장기U 시스템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피보험자의 질병을 고려해 보험사가 인수할 수 있는 최적의 담보를 빠른 시간 내에 찾아주는 서비스로, 고객이 고지한 내용과 보험금 청구 이력을 살펴 AI가 스스로 심사하고 승인 여부를 알려준다. 이외 신한라이프도 3월 AI 기반의 보험금 신속 지급 서비스 ‘S-패스’를 론칭했고, DB손해보험 역시 빅데이터 기반의 고객 맞춤형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비서(사전 U/W)’를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

이들 기업은 혁신 기술을 활용하면 세분화된 분석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고, 나아가 고객 만족도 및 업무 생산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인슈어테크를 도입했음에도 실적 개선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이는 국내 인슈어테크가 대부분 겉으로만 혁신을 내걸 뿐 실제론 빅데이터 수집 정도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결국 인슈어테크를 내건 기업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손쉽게 DB를 확보해 이를 다른 보험사에 판매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단 의미다. 확보한 DB를 다른 회사에 넘기지 않고 자사의 영업에 활용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전통적인 대면 영업 방식과 진배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어떤 방식이든 ‘혁신’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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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슈어테크-전통적 영업망 결합해 멀티체인 구성해야”

온라인 보험 시장에 한계가 있단 점도 인슈어테크의 발목을 잡는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시점에서 온라인으로 영위 가능한 보험 사업은 보험 시장 전체의 약 3~4%에 불과하다. 보험을 권유하는 푸시(Push) 마케팅 등 전통적인 방식을 활용하지 않고는 복잡한 내용의 보험 상품을 판매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중장기적으론 온라인 보험 시장이 커지겠지만, 당분간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는 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현 상황에서도 보험 시장엔 ‘휴먼 터치(human touch)’가 필요한 상황이란 것이다.

이에 최근 시장에선 기술적 혁신과 종전의 영업 마케팅 인프라를 함께 고려하는 투트랙 전략을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인슈어테크와 기존 보험업계 영업망의 가치사슬을 엮어 다각화함으로써 한 번에 복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멀티체인을 구성할 필요가 있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정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슈어테크는 기존 보험회사와 경쟁 관계에 있다기보다 협력관계에 있다”며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 및 인슈어테크의 성장을 위해서는 보험회사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